그레고리오 성가가 기독교 음악을 대표한다면 범패는 불교음악을 대표한다. 범패의 기원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불교가 태동된 이후 그 언제인가부터 나타난 진언, 주술, 찬가 등이 차츰 음악화되어 범패로 자리 잡았을 것이라 추론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장아함경’ 등 경전에서도 범음·범패를 언급하지만 연원은 밝혀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 진감 스님이 당나라에서 배워와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감 스님은 하동 옥천사, 즉 지금의 쌍계사에서 후학들을 양성했다고 한다.
범패를 하는 근본 이유는 부처님께 음성공양을 올리기 위함이다. ‘외적으로는 자신을 둘러싼 반연을 끊고, 내적으로는 고요·평온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범패는 승무와 함께 재 의식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다. 영가는 물론 의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더 이상의 악업을 짓지 않도록 신·구·의 삼업을 닦는 신심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범패 소리는 장중하면서도 우아하고 환희로워 ‘천상의 소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기에 범패를 배운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소리 자체도 내기 어려운 데다 별다른 악보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범패를 배우려는 스님도 적지만, 전수 과정을 올곧이 이수하는 스님은 극소수다. 오늘날 범패가 널리 활용·전파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범음·범패를 통칭해 어산(魚山)이라 하고, 최고 권위자·어른을 어장이라고 한다. 어장 전 단계에 오른 어른을 일러 종장이라고 한다. 조계종은 최근 법안·정오·동희 스님을 어산종장으로 임명했다. 어산종장은 후학을 양성할 수 있는 권위를 갖는다. 조계종 최초의 어산종장 탄생을 기점으로 범패가 더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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