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반야심경 오역’ 집중 논의해야
조계종, ‘반야심경 오역’ 집중 논의해야
  • 법보
  • 승인 2019.02.25 10:29
  • 호수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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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역 불교경전은 나름의 번역 이론체계에 따른 것이어서 ‘원전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베트어 등의 고전 언어에 대한 연구가 축적된 현 시점에서 볼 때 오역이 발견된다.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도 원전 텍스트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오류에 대한 진위 여부를 명징하게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맥상 맞는 않는 내용을 그대로 전하는 것도 문제다. 경전 번역이 오늘날에도 재해석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덕대 이태승 교수의 논문 ‘대·소본 반야심경의 비교를 통한 반야바라밀다주 고찰’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장 스님의 ‘반야심경’을 그대로 따르면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신비하고 밝은 주문이며 위없는 주문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다. 그리고 뒤이어 또 다른 주문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이어진다. 후자는 주문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전자는 주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인데 설득력 있다. ‘반야바라밀’은 사부대중이 일체 법의 공성을 체득해 도달·성취할 경계·경지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대본에 나타나는 ‘조견오온자성개공’에서 자성(自性)을 생략번역한 점도 지적했는데 이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일체 법(오온)이 모두 공하다(개공)’는 것에 비해 ‘일체법(오온)에는 고정된 실체 즉 자성이 없다(자성개공)’는 번역이 공성을 더욱더 구체적이고도 확연하게 드러낸다. 이 교수에 따르면 대본은 물론 범본의 소본 ‘반야심경’에서도 ‘자성’이 명시돼 있다고 한다.  

한 학자의 주장만으로 기존의 ‘반야심경’ 번역이 모두 잘못됐다고 단정 짓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구마라집·현장이 번역했기에 문제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간과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권위 있는 거성의 학설·주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진리를 왜곡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한글 반야심경’을 출간한 조계종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계종이 주관하는 거의 모든 행사에서 ‘반야심경’이 봉독되고 있기 때문이다.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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