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학자가 불교·도교 가르침 더해 풀어 쓴 ‘서유기’

  • 불서
  • 입력 2019.02.25 11:08
  • 수정 2019.02.25 11:09
  • 호수 1478
  • 댓글 0

‘어른의 서유기’ / 성태용 지음 / 정신세계사

‘어른의 서유기’
‘어른의 서유기’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우리에게 들키지/ 밤에도 낮에도 느낄 수 있는 눈과 귀가 있다네 우리의 손오공/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 삼장법사와 함께 인도로 가서 경전을 구해오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가는 한때 ‘서유기’를 대변했다. 덕분에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서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만화는 그 재미 속에 불교와 도교의 깊은 가르침이 담긴 한권의 경전으로 일컬어지는 ‘서유기’를 제대로 전하는데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서유기’는 나의 뿌리, 내 마음의 정체를 밝혀주는 내용에 가깝다. 즉,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을 일러주는 가르침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망언을 일삼는 정치인 등 “모습만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니”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이들이 있듯,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길은 손오공이 성질 죽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또 은근민폐인 현장법사가 제 앞가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고, 탐욕요정 저팔계가 주색을 멀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서유기’는 손오공이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두운을 타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드나들 거리를 연약한 스승을 보호하며 14년간 꿋꿋이 걸어 인도로 간 손오공이 사고뭉치 같아도, 위기의 순간마다 번뜩이는 지혜를 드러내고 끝내 부처가 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철학자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가 손오공이 부처가 되는 과정을 불교와 도교의 가르침을 더해 풀어쓴 ‘어른의 서유기’를 출간했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가 원문 전체를 39개의 장으로 구분하고, 각 장마다 특유의 입담과 그 속에 담긴 불교와 도교적 가르침을 더해 해설을 붙인 ‘어른의 서유기’는 바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서유기’에 담긴 진짜 가르침을 배울 수 있게 한다.

동양철학에 눈 밝은 철학자인 저자는 ‘서유기’ 속 주인공들이 그 긴 여정 중 만나게 되는 여섯 도둑을 설명하는 데서부터 이 책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일반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여섯 도둑의 이름은 안간희(眼看喜), 이청노(耳聽怒), 비후애(鼻嗅愛), 설상사(舌嘗思), 신본우(身本憂), 의견욕(意見欲)이다. 안간희는 ‘눈 안’ ‘볼 간’ ‘기쁠 희’고, 이청노는 ‘귀 이’ ‘들을 청’ ‘성낼 노’이며, 비후애는 ‘코 비’ ‘냄새 맡을 후’ ‘사랑 애’다. 이 여섯 도둑의 첫 글자를 모으면 ‘안이비설신의’라는 인간의 여섯 감각기관이다. 가운데 글자는 그 감각기관의 역할과 활동을 나타내는 글자이고, 마지막 글자는 기뻐하고 성내고 하는 인간의 정서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여섯 도둑이 나오는 대목의 제목이 ‘마음 원숭이가 바른길로 돌아오니, 여섯 도둑이 자취가 없네’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손오공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나타낸 것”임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 여섯 감각기관의 유혹을 이겨내며 감정의 파도를 다스리는 것이 수행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손오공이 인간의 몸에 깃들어 있는 마음, 즉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마음 혹은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손오공이 그냥 원숭이가 아니라 내 마음의 대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은 바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저자는 또 39개의 장으로 구분한 ‘서유기’를 설명하면서 비뚤어진 원숭이 세상보다 못한 이 사회의 모습을 꾸짖기도 하고, 구도자의 근본자세가 어떠한지를 일러주기도 하며, 불교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도술을 보이는 원숭이를 통해 도교적 수양법과 가르침을 전한다. 덕분에 자기 잘못을 고치는데 거리낌 없는 손오공이 서서히 철들어 가는 과정, 즉 수행이 익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다.

한편 저자는 불광미디어 부설 ‘인문과학원 학림’이 3월5일부터 12주 동안 진행하는 ‘실크로드 인문학 강좌’에서 이 책을 참고자료로 강의할 예정이다. 2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