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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삼보 불교공동체-중

기자명 장은화

남녀·출재가자 구분없는 수계제도 창안

소수 단원 독신 서약 하지만
봉사 단원 공동체 참여 다수

‘정명' 따라 운영하는 사업체
잉여창출 아닌 사회변화 목적

​​​​​​​자체개발 4단계 순차 명상 후
‘오직 앉아있기'로 집착 버려

‘삼보불교단'은 현재 27개국 1900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누구든 동등하게 전통적인 십선계를 수계한다.
‘삼보불교단'은 현재 27개국 1900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누구든 동등하게 전통적인 십선계를 수계한다.

상가락시타는 전통불교의 요소를 혼합하고 또한 서양불교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아시아문화의 더께를 가능한 한 제거한, 엄밀한 수행체계를 창안해냈다. 삼보 불교공동체의 한 법사는 그들의 수행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명상, 염송, 그리고 상좌부불교의 빠알리어 경전을 공부합니다. 그렇지만, 보살의 명호를 염송하고 대승경전인 ‘반야심경’을 낭독하는 의례도 있지요. 공부와 강의는 대승경전이나 대승의 교리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지만 밀라레파, 파드마삼바바, 다키니(여신), 구루(스승) 그리고 금강승의 네 가지 기초수행도 만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명상문헌, 일본의 시, 개량된 다도…이것은 불교수행을 단순히 잡다하게 모아놓은 것이 아닙니다. 특정 불교종파가 아닌 삼보(三寶)를 예경하는 발전적 서양 전통이죠.”

삼보 불교공동체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불법승에 대한 귀의는 한 개인을 불교도라고 규정할 수 있는 요소이자 삶의 전환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상가락시타에 의하면 귀의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개인이 지향해가는 태도로써, 불교수행도 결국 삼보에 대한 귀의를 점점 더 심화해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다양한 수준의 귀의에 대해 말하면서, 불도수행의 어느 단계에 도달해 있든, 그 다음 단계는 언제나 이기적인 열망을 바탕으로 한 행위, 생각, 가치로부터 불법승의 그것들로 변화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가락시타는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으나 대승보살사상도 불교 전반에 나타나는 중심적인 사상이며 초기부터 붓다의 가르침에 내재해 있었다고 주장한다. 보살의 자비정신이 불법승에 대한 귀의 원칙의 근원적인 측면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라서 전통적인 대승보살의 십선계도 중시하고 있다. ‘삼보불교단’은 2018년 현재 전 세계 27개국에 1900명의 단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누구든 동등하게 전통적인 십선계를 수계한다. 

단체의 측면에서 볼 때, 삼보 불교공동체는 확연한 ‘영적인 위계질서’를 위주로 엄밀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데, 참여자들은 세 개의 그룹 중 한 곳에 소속되며 공식적인 승인을 얻고 나서야 상위 그룹으로 옮길 수 있다. 가장 큰 그룹은 삼보 불교공동체의 공동체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는 ‘친구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불교도라고 여길 필요는 없고 어떤 종교적 신앙을 가지고 있어도 무방하다. 이 신불교운동에 관심이나 지지를 보이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다 소속될 수 있다. 다음 단계인 ‘미트라(mitra, 親友)’ 그룹은 정식 입회절차를 거친 후 이제는 불교도가 된 사람들이다. 불도에 대한 헌신, 규칙적인 명상수행과 오계의 준수, 그리고 동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정명(正命)’의 추구라는 기준을 충족해야만 한다. 마지막 단계는 ‘삼보불교단’의 단원들이다.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서면으로 신청한 후 여러 해를 기다렸다가 계를 받게 된다. 이들은 십선계를 받고, 수행과 계율을 지키면서, 남성은 다르마차리(Dharmachari) 여성은 다르마차리니(Dharmacharini)라는 칭호를 받으며, 산스크리트어나 빠알리어의 법명도 받는다. 

십선계는 전통적으로 대승보살의 재가자가 수지하는 계율이지만 삼보불교단에서는 이 십선계가 전부이다. 단원 간에 비공식적인 위계가 있기는 하지만 전통불교에서처럼 비구나 비구니가 수지하는 상위 계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계율의 측면에서 볼 때 출재가를 나누지 않고 비승가적 수계제도를 창안하여 남녀 단원 모두에게 개방했다. 소수의 단원들은 독신서약을 한다. 기혼과 미혼의 남녀단원들은 전통불교의 남녀승려처럼 ‘삼보불교단’에 투신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또 전통불교의 재가신도처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정 시간 공동체에 봉사하는 단원도 있다. 

공동체에는 8정도의 하나인 ‘정명(正命)’의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고 말해지는 사업체도 있는데, 이곳은 공동체 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또한 고용을 통해서 영적 성장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체에서는 팀워크와 타인의 행복을 위한 기여를 강조하면서 사회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공정거래와 같은 윤리적 문제들을 중시하기도 한다. 정명 기업체의 목표는 경제적 효율성과 잉여창출이 아니라 기존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기존의 조건들이 정신적, 영적 성장에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신(新)사회’를 만들어내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소비조합은 삼보 불교공동체의 영적 세계와 세속적 환경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삼보 불교공동체는 주요 명상수행법으로서 호흡 마음챙김, 자애수련, 그리고 ‘다만 앉아있기’가 있다. 설립자인 상가락시타는 4단계의 명상법을 주창했다. 첫 번째 두 단계는 전통적인 사마타(止)와, 그리고 나머지 두 단계는 위빠사나(觀)와 연관되어 있다. ‘삼보불교단’에서 아직 수계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첫 두 단계를 더 강조하는 편이다. 여기서 수계란 불교의 실천을 자기 삶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진심의 서약이다. 명상의 4단계는 다음과 같다.

a) 통합. 이 단계에서는 주로 호흡의 마음챙김 속 ‘정신의 통합’효과를 지향하면서 마음챙김과 집중력을 향상시키며 심리적 갈등을 줄여간다. 
b) 긍정적 정서. 이 사마타 수행의 두 번째 단계는 타자에 대한 배려, 생명 긍정의 태도 같은 긍정성을 계발한다. 사무량심 중 첫 번째인 자애명상은 긍정적 정서를 함양하기 위한 핵심적 수행이다.
c) 영적 죽음. 다음 단계는 자아와 실재의 공성에 대한 통찰계발이다. 이 단계의 명상은 자아와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을 고찰하고, 몸의 무상함을 관찰하고, 고를 관찰하고, 공을 관찰한다. 
d) 영적 재생. 서양불교단에서는 통찰력의 계발 및 제한된 에고의 죽음과 함께 사람은 비로소 영적으로 재생한다고 가르친다. 이 단계에서는 불보살에 대한 관상수행이 주로 포함된다. 

이 4단계의 순차적인 명상은 어느 단계가 됐든 수행을 마치면 얼마 동안 ‘오직 앉아있기’ 수행을 행한다. 모든 작위를 중단하고 ‘오직 앉아있기’만 하는 이 수행 중에는 의식의 내용에 어떤 것이라도 떠오를 수 있는 무위(無爲)의 공간이다. 이를 통해서 직전에 행한 수행을 융화시킬 수도 있다. ‘오직 앉아있기’란 이를테면 인식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것에 대한 집착이나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단지 그것과 함께 ‘있는’ 것이다. 

장은화 선학박사·전문번역가 ehj001@naver.com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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