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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선양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월16일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0주기였다. 가톨릭에서는 이날을 전후해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그가 머물던 명동성당 앞에는 LED 장미밭이 조성됐고, 명동성당 지하 1898광장에는 김 추기경을 기리는 사진전이 열렸다. 전시회에는 헤드셋을 쓰면 김 추기경의 생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며, 그를 기억하는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서울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는 유품전이, 군위 생가에는 추기경이 되기까지의 삶을 기록한 전시가 일찍부터 방문객을 맞았다.

가톨릭뿐 아니라 정부기관도 김 추기경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한국조폐공사는 금, 은, 백동으로 제작한 기념메달을 제작해 판매했다. 기념메달 수익금은 김 추기경의 유지를 실천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 기부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첫 추기경이자 민주화에 앞장섰던 분의 10주기라는 특별한 의미도 있겠지만 가톨릭 전체가 자신들의 지도자 선양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과연 불교계에서는 존경받았던 큰스님을 선양하기 위해 이토록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사업을 펼쳤던 적이 있었던가.

위계가 선명한 가톨릭이기에 가능했겠지만 어른에 대한 존경심은 불교도 가톨릭 못지않다. 하지만 사찰, 문중, 교구별로 각기 다른 인연으로 얽힌 불교계에서 가톨릭과 같은 일사불란함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런 연유로 큰스님 선양사업은 기일을 맞아 사찰이나 문중 또는 교구 단위로 스님의 삶을 추모하는 법회를 봉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세미나와 전시회 등으로 생전 모습과 가르침을 되짚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교구와 문중, 사찰의 경계를 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큰스님의 가르침을 사회에 알리고 각인시키는 선양사업은 후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용성 스님과 초월 스님, 성철 스님 선양사업에서 그 해법을 엿볼 수 있다. 용성문도회는 스님의 행장과 사상을 논문과 총서, 영상 등으로 제작해 배포하는 한편, 전산화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평전을 편찬해 스님의 삶과 사상, 가르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 진관사는 초월 스님의 독립운동에 초점을 맞춰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만화가 이현세씨와 초월 스님 일생을 웹툰으로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성철문도회도 출판과 순례, 세미나 및 강좌 등으로 문중과 교구의 한계를 넘어 불교계 전체의 스승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선양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현태 기자

불교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우리에게는 청량한 감로수가 되어준 스승들이 많다.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결국 잊히기에 십상이다. 역사학자 E.H. 카는 “산 자가 죽은 자를 되살리고, 죽은 자가 산 자를 이끈다”고 했다. 큰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대중화하는 것이 곧 포교이며, 한국불교의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meopit@beopbo.com

 

[1479 / 2019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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