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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독립운동가 효당 스님의 교육 불사

기자명 이병두

일제 맞서 광명학원·해인대학 설립

다이쇼대학 불교학과 다니면서
박열 열사 등과 독립운동 펼쳐
불교 연구·교육기관 설립 매진

1941년 3월 28일 광명학원 제1회 졸업기념 사진. 앞줄 오른쪽 3번째가 효당, 4번째가 김동리(교사), 왼쪽 끝이 김동리 첫 부인 김월계.
1941년 3월 28일 광명학원 제1회 졸업기념 사진. 앞줄 오른쪽 3번째가 효당, 4번째가 김동리(교사), 왼쪽 끝이 김동리 첫 부인 김월계.

효당(曉堂, 1904~1979) 스님을 ‘한국 다도(茶道)의 권위자’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그보다는 독립운동과 교육 불사에 남긴 자취가 훨씬 클 것이다.

효당은 1916년에 고향 사천의 다솔사로 출가해 이듬해에 해인사지방학림에 입학했다. 출가 3년 뒤인 1919년에 3·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선언서를 등사해 영남지역에 배포하다 일본경찰에 붙잡혀 고초를 겪었고, 1922년에 일본 유학을 떠나 1933년에 다이쇼대학(大正大學)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유학 중인 1923년 박열(朴烈) 등과 함께 일제에 불만을 품은 조선인들이 모여 불령선인사(不逞鮮人社)를 조직하고 기관지 ‘불령선인지’를 간행했다. 그 뒤 박열 열사의 일본 왕 암살계획을 도우려고 상하이로 잠입해 폭탄을 운반하는 등 여러 사건에 연루되어 8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고, 1932년에는 김법린 등과 비밀결사인 만당(卍黨)을 조직했으며 1933년에는 조선불교청년동맹 중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 뒤 다솔사로 돌아와 1937년에는 사천에 광명학원(光明學院)을 설립했고, 해방 2년 뒤인 1947년에 국민대학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다. 1951년 해인중고등학교(현재 진주 동명고)를, 이듬해에는 해인대학(현재 창원 경남대)을 설립해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밖에도 다솔사불교전수강원을 설립하고, 1937년에 고려대장경을 인경(印經)하는 등 젊은 시절부터 교육과 불교학 연구에 앞장섰다. 다솔사에 머물던 시절에는 불교학자 김법린과 동양철학자 김범부 등이 이곳에 머무르며 함께 독립운동을 펼쳐나갔고, 결국 이 때문에 일제 말기인 1943년 9월부터 13개월 동안 일제 경찰에 구금되어 고통을 겪었다.

이 사진은 효당이 세운 광명학원 제1회 졸업기념으로 1941년 3월28일에 찍은 것인데,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효당이고, 네 번째가 소설가 김동리, 왼쪽 끝에는 김동리의 첫 번째 부인인 김월계가 앉아 있다. 김동리는 개신교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기독교도였는데 맏형 김범부를 찾아왔다가 다솔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진주사범 출신의 김월계를 만나 만해 스님의 주례로 결혼을 하고 광명학원에서 교편을 잡게 된 것이다. 한편 광명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와 군가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 경찰의 감시를 당하다가 결국 1942년에 강제폐쇄를 당하게 된다.

효당은 독립운동과 교육 사업에 큰 자취를 남겼을 뿐 아니라 원효연구를 개척하고, 만해 스님의 글을 찾아 모아 ‘한용운전집’을 간행해 후학들의 만해연구 기반을 제공해주는 등 한국불교계와 철학, 역사학계에 기여한 바가 지대했다. 그가 살아 있을 때 다솔사에 연세대 사학과 황원구, 이종영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이 자주 찾아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 배경에는 이런 학술연구 성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79호 / 2019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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