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정혜진의 ‘버리는 건 쉽지만’
52. 정혜진의 ‘버리는 건 쉽지만’
  • 신현득
  • 승인 2019.03.04 15:31
  • 호수 1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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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길가에 쓰레기 버리는 행동
부끄럽고 못난 행동이라 꾸짖는 시

보는 이 없다고 여긴 행동에
사방에 눈 있음을 상기시키고
부지런하고 착한 할머니 통해
공덕과 죄가 분명함을 알려줘

‘사방에 눈이 있다.’

이 속담은 보는 사람이 없는 듯해도 사방에 눈이 있으니, 남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양심을 지키라는 말이다. 

어떤 수행자가 산길을 걸어가는데, 허리끈이 풀어져 옷이 내려갔다. “이거 창피하네.” 수행자는 실수를 했다는 생각으로, 좌우를 살피며 급히 옷을 올려서 허리끈을 매었다. 숲을 지키고 있던 산신이 수행자의 거동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스님,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데 뭘 그러시유? 이상하네.” 돌아보니 산신이다. “산신이로군. 어째서 보는 이가 없다 하시요? 우선 당신의 눈이 보았고. 당신의 귀가 들었잖소? 하늘에서 해와 낮달이 보고 있지요. 숲과 새들까지….”  

수행자의 그 법문에 산신이 크게 깨달았다. 온 세상 모두가 듣고 깨달으라는 법문이었다.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 53번째의 가르침이다.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남이 보지 않는 줄 알고 숨어서 나쁜 짓을 한다. 먼저 시방상주(十方常住)하시는 부처님이 보시고, “저 중생은 왜 저러지? 지옥 가는 점수가 느는 걸” 하고 걱정하신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러한 가르침을 명작 동시에서 찾아볼까? 

버리는 건 쉽지만 / 정혜진

걸어가며 마신 커피 잔 
아이스크림 껍질. 
쓱쓱 닦은 휴지까지
휙~
쉽게 버린다. 

바람이 툭툭 차보고
개미들이 웅성웅성 비웃고
야웅이도 킁킁킁 눈살 찌푸리며

“못난 행동 싫어!”
밉다는 말 던진다. 

하루 일자리 얻어
집게 들고 다니는 할머니
“끌끌끌”

비닐봉지에 주워 담는 손놀림
참 힘들겠다.

정혜진 동시집 ‘바람 배달부’ 2018 

정혜진의 동시 ‘버리는 건 쉽지만’에도 같은 가르침을 재미있게 챙겨 두었다.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버린다. 종이컵, 아이스크림 껍질, 휴지 등. 옆에 사람이 있으면 눈치를 보지만, 혼자 걸을 때는 쉽게 버린다. 남이 보지 않으니까 맘 놓고 버린 것이다. 

지나는 바람이 버린 쓰레기를 툭툭 차보며, “못난 행동이야. 싫어!” 한다. 개미가 지나면서 웅성웅성, “못난 행동이야. 싫어!” 한다. 지나는 고양이도 킁킁킁, 냄새를 맡아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 마디 하는 말이 “못난 행동이야. 싫어!” 이다. 

이렇게 모두 싫어하는 짓을 왜 할까? 보는 이가 없는 줄 알지만, 사방에 눈이 있어서 보고 있다. 시인도 그걸 보고 시를 써서 꾸짖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지런하고 착한 보살 할머니 한 분이 나선다. 하루의 일자리를 얻은 청소부 할머니다. 길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일은 공덕이 크다. 할머니는 이렇게 공덕을 지으면서도 길에 떨어진 종이컵, 아이스크림 껍질, 휴지를 보고 “끌끌끌…” 혀를 찬다. “줍는 나에게는 공덕이지만, 버린 사람에게는 죄가 되는걸” 하며. ‘사방에 눈이 있다’ 는 속담은 바로 부처님 가르침이다. 

시의 작자 정혜진 시인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법명을 반야심(般若心)이라 하는 신심 있는 불자다. 1977년 ‘아동문예’지로 등단, ‘바람과 나무와 아이들’(1979), ‘달콤 열매’(2016) 등 15권의 동시집을 출간했으며, 전라남도 문화상, 한국불교 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79호 / 2019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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