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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차춘희-하

기자명 법보

자기 참모습 발견하고 관찰
인정하고 사랑하니 미움 소멸
퇴임 후엔 야간 참선반 다녀
도반과 참선 나누기하며 정진

69, 무애광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오만하더라도 사회성이 좋아 주변에 인정받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많은 사람이 그 사람을 인정하고 좋아하지만, 그 사람과 아무 관련 없는 나는 주는 것 없이 이유 없이 그 사람이 밉고 싫다면, 그 사람의 특성은 내가 인정하기 싫은 또 다른 ‘나’일 수 있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자기방어인 셈이다.

“나는 오만하지 않아.” “나는 겸손해.” “나는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야.” 이렇게 자각하지만, 오만함과 안하무인의 태도는 내가 인정하기 싫은 또 다른 내 모습인 셈이다. 따라서 내가 아주 미웠던 그 사람은 무의식 속에서 인정하기 싫은 또 다른 ‘나’였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확인하고 숨어있는 ‘나’를 끄집어내기 위해, 정말 싫지만, 일부러 그 사람을 가까이했고 그 행동들을 관찰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나는 스스로 치료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고, 사랑했고, 그렇게 살기를 꺼려하는 내 의식적 자아가 무의식적 자아를 인정하고 나니 그 사람이 싫지 않고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다. 나는 나 자신을 성찰했고, 서서히 변했다. 상처를 치유했고 더 이상 그 사람이 싫지 않았으며 마음이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교직에서 퇴임한 후 2015년부터는 대광명사와 인연이 닿아 야간 참선반을 다니기 시작했다. 점검은 항상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께서 해주신다. 무엇보다 도반들이 참선을 1시간 한 후 나누기를 할때 도반들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공부가 된다. 이 시간을 통해 나 자신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점검도 하게 되는 덕분이다. 그리고 집에서는 주로 저녁 10시 이후에 참선을 하고 있다. 한 번 앉으면 1시간 정도 좌선에 들며 하루 동안 짬짬이 시간이 날 때 마다 좌선을 하다 보니 매일 1시간 이상은 참선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참선 공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내가 공부했던 내용이 바로 나의 삶에 적용될 수 있었다. 아마 수행의 시간이 없었다면 공부와 삶은 별개가 되어 괴로움에 직면하면 그 괴로움 속에서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을지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수행 중 겪게 되는 많은 어려움을 계속 지켜보고 해결책은 밖이 아닌 스스로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살아가면서 특정한 사람이 이유 없이 싫으면 ‘저 모습이 또 다른 내 모습이 아닌가’ ‘나도 다른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저 사람처럼 행복하고 싶은데 차마 못하는 내 욕구가 아닌가’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은데 내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숙고하고 인정하면 삶의 스트레스를 줄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눈 맑은 ‘참나’를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도 좌복에 앉아 내면을 돌이켜보는 반조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참나’를 주시한다는 건 보이는 듯 보이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하던 지각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내 경우 서양심리학 이론과 화두가 자주 부딪히는 편이다. ‘이런 건 맞고, 저런 건 틀리다’의 이분법이 아니라 그 공통분모를 찾으면 답이 나오기도 한다.

정신분석 관련 책에 ‘현재 나를 괴롭히고 있는 상황, 즉 생각 또는 몸과 마음의 고민 등에 대해 그 근원을 찾고 싶으면 기억하는 한 제일 어릴 때의 기억흔적에 그 원인이 있다.’는 내용이 있다. 나의 경우는 ‘계속되는 불면’이 그렇다. 

언니는 어린 나를 업고 오솔길 사이로 왔다갔다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따듯한 잠자리를 만들어 놓고 함께 자자고 하시던 아버지의 훈훈한 가슴도 생각났다. 이후 성장하면서도 불면증을 겪었으니 어떻게 보면 태생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신과, 불면 클리닉 검사를 받고 처방대로 생활하니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좌복에 앉다 보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답이 나오곤 한다. 만약 살아가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상황이 있으면 최대한 어릴 적으로 기억여행을 해 보기를 권한다. 일체 존재의 행복을 기원한다.

 

[1479호 / 2019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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