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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결 한층 부드럽게 해줄 옛 스님들의 삶

  • 불서
  • 입력 2019.03.12 11:05
  • 호수 1480
  • 댓글 0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 최성현 지음 / 불광출판사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기에 고통이 없을 수 없다. 그만큼 마음도 거칠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타인에게 지혜로운 말과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그 위로가 상대에게 실제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옛 스님들은 행동으로 많은 것을 보여줬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는 선승들이 삶으로 보여준 지혜를 모았다. 농사짓고 책 읽고 번역하는 농부 최성현이 20여 년간 모은 일본 선승들의 일화다.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은 ‘하쿠인’, 앞날을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편지를 남긴 ‘잇큐’, 오로지 앉아 있을 뿐인 지관타좌의 수행자 ‘사와키’, 사투리가 섞인 일상어로 선의 진수를 전한 ‘반케이’, 자신의 선을 자신의 대에서 단절시킨 단무지 선사 ‘다쿠앙’, 석 되의 쌀과 한 다발의 땔감으로 청정함을 지킨 ‘료칸’, 수행의 방해물이라며 아름다운 얼굴을 불로 지진 ‘후안’, 4년 동안 날마다 백 리 길을 걸으며 수행한 ‘아시교도’ 등 책 속 선승들은 그 모습이 저마다 다르지만 치열하게 수행한다.

이들 선승들이 보여준 행동은 바로 생로병사 삶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통에 어떻게 맞서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함이었다. 때론 기행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선승들의 그러한 행동은 나와 남 모두를 향한 대자비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듯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금방 지나가는 고통도 있고 혼자만의 힘으로 좀처럼 풀 수 없는, 그래서 오래도록 몸부림치게 하는 고통도 있다. 하지만 받아야 할 일은 받아야 하고 치러야 할 일은 치러야 한다. 그 고통 자체가 없기를 바라거나 해결하지 못할 일이라고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

옛 스님들의 짧은 일화 301가지를 엮은 책에서 원효 스님만큼이나 유명한 일본의 선승 잇큐 스님은 제자들에게 정말 힘들 때 펴보라며 편지 한통을 남겼다. 훗날 절에 큰 일이 생겨 이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제자들이 스승의 편지를 생각하고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이를 개봉했을 때 편지에 쓰인 글은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였다. 

그치지 않는 비가 없으니 마음 고생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 오늘을 감사하며 알차게 살라는 가르침에 다름 아니다. 잇큐 스님의 편지뿐 아니라, 선사들이 삶으로 보여준 법문과 같은 일화를 통해 마음의 결을 보다 부드럽고 가지런하게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1만6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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