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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가치·대중성 담보한 최고 한글 선학사전

  • 불서
  • 입력 2019.03.12 11:07
  • 호수 1480
  • 댓글 1

‘국역태화선학대사전’ / 정원 스님 편찬 / 평심사

‘국역태화선학대사전’
‘국역태화선학대사전’

세계 최대 규모의 선학사전인 ‘태화선학대사전’을 펴내며 대중의 찬탄을 받았던 천안 평심사 주지 정원 스님이 이를 한글로 풀어 ‘국역태화선학대사전’ 10권으로 완성했다. 

정원 스님이 최근 완성한 ‘국역태화선학대사전’은 지난 2014년 완성한 한문본 ‘태화선학대사전’을 증보한 후 한글화 한 것으로 5년에 걸친 역경불사다. 전체 10권에 걸친 분량만 1만24쪽에 이르고, 사목(詞目)은 4만2235항, 예문은 3만4068조(條)에 달한다. 또 보주(補註)도 1315목에 이르는 등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스님은 한글 번역에 앞서 한문 사전 편찬을 위해 한국, 중국, 대만, 일본에서 발간된 7종의 불교·선학 사전과 주요 선어해설서 13종을 꼼꼼히 대조해가며 첨삭한 뒤 한자의 부수와 한글 음의 순서에 따라 표제어를 배치했다. 당시 여기에 수록된 2만5899개의 용례들은 스님이 지난 40여년간 선어록을 연구하며 정리했던 내용들이다. 또 1220여개의 주석과 더불어 사전 말미에 부록으로 게재한 57쪽 분량의 ‘서역·중국·한국·일본의 선등계보약도(禪燈系譜略圖)’도 주목을 받았었다.

스님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꼬박 10년을 “글을 읽다가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고려대장경’ ‘대정신수대장경’ ‘일본속장경’ ‘한국불교전서’ ‘조선불교통사’ 등을 통독했다. 막히는 부분은 중국 ‘한어대자전’을 참고했다. 옛 선승들이 턱 밑에 송곳을 받쳐놓고 좌선하듯 정원 스님은 매일 13∼14시간씩 10년을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문자의 오묘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도저히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대장경들을 2번이나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핵심을 파악해 해설한 책까지 내놓았다. ‘벽암록’을 비롯한 ‘현구집’ ‘태화당수세록’ ‘대장사원’ ‘조정사원’ 등은 스님의 안목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명저로 꼽힌다. 특히 각 대장경과 ‘한국불교전서’ ‘조선불교통사’ ‘삼장법수’ 및 각종 선교 및 전적에서 11만개에 달하는 장·단구를 가려 뽑아 내놓은 ‘대장서원’은 고려 일연 스님의 ‘석원사림’ 250권에 견줄만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스님은 그렇게 오롯이 10년 동안 여러 대장경을 공부하면서 유독 선학 쪽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때문에 사전을 찾기도 했으나,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때의 답답함이 직접 이 방대한 분량의 ‘태화선학대사전’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됐다.
 

천안 평심사 주지 정원 스님이 ‘태화선학대사전’을 한글로 번역해 10권 분량의 ‘국역태화선학대사전’으로 완성했다.
천안 평심사 주지 정원 스님이 ‘태화선학대사전’을 한글로 번역해 10권 분량의 ‘국역태화선학대사전’으로 완성했다.

인터넷으로 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임에도 선학 관련 사전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정원 스님이 내놓은 ‘국역태화선학대사전’은 그 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공부는 좋은 사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신념을 지닌 스님은 한글뿐만 아니라 원문 및 예문과 출처가 함께 있어서 한자문화권 사람이면 누구나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사전을 만들면서 편역, 수교(교정), 타자, 조판에 이르는 출판 작업을 직접 해내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스님의 이러한 원력은 스승 일우 스님으로부터 비롯됐다. “방석위에 앉는 것부터 배우지 말라”고 했던 스승의 경책을 잊지 않은 스님은 출가하자마자 사경을 시작했다. ‘금강경’을 비롯한 경전은 물론 ‘속지월록’ ‘임제어록’ 등을 붓으로 쓰며 공부했고, 그렇게 경전과 어록을 옮겨 적으며 스님 손을 거쳐 소멸된 붓만 천 자루에 달한다. 

“선은 부처의 마음이며 교는 부처의 말씀이거늘 어찌 둘이 있으리오. 선은 곧 문자를 여읜 교이며 교는 곧 문자에 붙은 선”이라며 선과 교가 다르지 않음을 역설한 스님은 “불립문자를 말하는 사람들은 불교 공부를 포기한 것”이라고 일갈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궁금한 사람이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스스로 번역하고 지은 역서와 저서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렇게라도 대중들이 고전을 봤으면 하는 간절함 때문이다. 더불어 공부에 뜻을 둔 후학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스님의 당호인 태화를 따서 이름 지은 ‘태화선학대사전’을 이 시대 대중들이 쉽게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전체 10권 분량으로 번역한 ‘국역태화선학대사전’은 학술적 가치와 대중성을 담보한 이 시대 최고의 한글 선학사전이라 할 만하다. 사전은 직접 문의하고 구입할 수 있다. (010-7566-7503)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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