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 원효 스님 중요시한 자찬훼타계

기자명 법장 스님

자신 칭찬하고 남 비방하는 게 제일 범계

‘보살계본지범요기’란 저서
남 칭찬하고 비방하는 것과
나와 남 관계에서 빚어지는
복과 죄 되는 행동들 제시

‘범망경’의 ‘제7자찬훼타계’는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여 남의 이익과 명예까지도 자신이 얻는 죄이다. 이는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고, 미디어를 통해서도 접하는 일이다. 분명 윤리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고, 사회의 화합을 깨트리는 잘못된 것임을 누구나가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에 의해 쉽게 어기게 되고 때로는 상대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자찬훼타계’는 우리 사회의 화합과 질서를 위해 바르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실천해야만 한다.

특히 이 계율은 한국불교의 위대한 성자로 불리는 신라의 원효 스님이 무엇보다 중요시 했던 계율이다. 원효 스님은 ‘보살계본지범요기’라는 저서에서, 단순히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는 것만이 아닌, 나와 남이라는 관계 속에서 생겨날 수 있는 칭찬과 비방, 그리고 그 행동이 복이나 죄가 되는 경우를 넓은 식견을 통해 8가지로 나누어 사회 속에서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관계성에 대해 주의시키고 있다. 이는 1,5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큰 가르침과 깊은 성찰을 안겨주는 내용이다.

우선 원효 스님은 ‘자신을 비방하고 남을 칭찬하는 것은 복이며,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는 것은 죄’라고 한다. 이는 일반적인 자찬훼타계의 내용으로, 불교인이라면 항상 자리이타의 보살행을 해야 하기에 중생을 대신하여 자신이 비방을 받고 중생에게 모든 이익을 주는 행동은 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비방하고 모든 이익을 독차지한다면 이는 이기심에 빠진 행동으로써 당연히 죄가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원효 스님은 이러한 내용을 다시금 ‘자신을 비방하고 남을 칭찬하는 것은 죄이며,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는 것은 복’이라고 하여, 앞의 내용과는 반대되는 설명을 한다. 우리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깎아내리고 상대방을 끊임없이 칭찬하면, 오히려 그 상대방이 곤란해 하며 겸손의 의미로 반대로 부추겨 칭찬해주거나, 상대방 스스로가 본인을 더 낮추어 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죄는 이와 같이 상대방을 교묘하게 이용한 방법으로,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이용하여 자신을 칭찬하게 만들고, 그것을 통해 자신만이 존경과 이익을 차지하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잘못된 길에 빠져있는 경우에 그를 바르게 이끌기 위해 그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방한다면 그것은 지범개차의 행동으로 죄가 아닌 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잘못된 사상이나 종교 등에 빠져 그것이 옳은 것이라 믿고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옴진리교 테러사건이나 자살폭탄테러 등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윤리적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종교적 순교(殉敎)의 성스러운 행동으로 여겨진다. 또한 누가 봐도 잘못된 정치적 선택이나 결정이지만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해 독단적으로 처리하여 사회에 큰 고통을 주는 일도 빈번히 생겨난다. 그러나 이런 당사자들은 자신의 믿음에 눈이 멀어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그들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경책을 하여 바르게 이끌어 준다면 그것은 죄가 아니라 오히려 복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원효 스님은 ‘자찬훼타계’의 내용이 자칫하면, 상대를 속이고 자신은 계율을 잘 지키는 것처럼 교묘하게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사유하시고, 계율을 지키는 것이 다시 죄가 될 수도 있는 경우를 설명한 것이다. 이는 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전제로 설명한 것으로, 1,500년 전의 신라 사회에서도 지금의 우리와 같은 일들로 갈등하였고, 그것을 해결하여 화합하기 위한 방법을 깊이 고찰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자찬훼타계’에 대한 원효 스님의 4가지 설명이 남아있는데 이는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