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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쉬안쿵 사원 (현공사)

1500년 전 중국 과학기술·독창성 보여주는 사원

불교 존중 도교인들 도움 받아
북위 왕조 시기인 491년 건축
사원에 노자·공자상 함께 조성
도교·유교 존중하며 조화 강조
“불교 건축 예술의 절정” 극찬

산 샹 강당에는 부처님과 그를 따르는 제자들의 모습이 잘 표현된 조각상을 찾아볼 수 있다.

헝산(Hengshen) 혹은 마운트 헝(Mount Heng)이라고 불리는 곳은 중국 산시성 지방에 위치한 산으로 중국에서 가장 높은 다섯 개 산 중 한 곳이다. 이렇게 하늘 높이 솟은 헝산의 절벽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쉬안쿵(Xuan Kong) 사원 (혹은 ‘현공사’라고 불린다)은 그 독특한 건축 기술과 사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 덕분에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조차 꼭 들려야 할 명소로 꼽혀왔다. 건축이 완성된 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1527년간 이어온 쉬안쿵 사원은 당시 불교인들이 가졌던 과학적 지식과 기발한 독창성을 잘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사실 기원후 쉬안쿵 사원은 북위 왕조(386-534) 시기인 491년 건축됐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설에 따르면 사원은 랴오란(Lao Ran)이라는 스님이 당시에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던 불교를 더욱 부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혼자 계획해 건축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랴오란 스님은 본인에게 사원을 건축할 만한 재력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도교 신자들의 도움을 받아 건축했다고 한다. 당시 이 지역의 도교 신자들은 평화와 조화를 강조하는 불교 철학을 존중하며 불교에 대해 큰 호의를 지니고 있었다. 도교 신자들은 기꺼이 불교 사원의 건축을 도왔다. 쉬안쿵 사원이 건축되기 시작한 그곳은 땅에서 떨어진 꽤 높은 곳이어서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불교 신자들에게나 도교 신자들 모두에게 평화로운 명상과 수련을 제공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또 동시에 사원이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홍수가 나서 그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범람할지라도 사원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고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 또 절벽 아래 어느 정도 가려진 모습을 한 탓에 사원은 폭우나 폭설을 피해 보호될 수 있었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열로 인해 무더위가 한창일 때조차 사원 내에서는 선선한 기온이 유지될 수 있었다.

과학적 계산과 천재적인 아이디어들 말고도 쉬안쿵 사원은 불교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 쉬안쿵 사원에서는 불교뿐만 아니라 도교와 유교를 존중하며 그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원 내에 산 지아오(San Jiao) 강당에서는 석가모니 상과 함께 노자(도교의 창시자) 그리고 공자(유교의 창시자)의 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동상이 나란히 위치된 이유는 이 성스러운 사원 내에서 중국을 지배하는 세 개의 종교와 철학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절벽에 매달려있는 쉬안쿵 사원은 오래전에는 험하디 험한헝산을 넘는 여행자들이 지친 심신을 잠시 쉬어가기 위해 멈추던 곳으로도 사용됐다. 고된 산행에 지칠 대로 지친 여행자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고 그들이 잠시나마 다리를 펼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했던 것은 사원의 스님들이었다. 당시 불교는 놀라울 만한 속도로 지역 중국인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불교 신자가 아닌 다른 종교를 지닌 여행자들은 쉬안쿵 사원 내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 어려워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을 눈치챈 쉬안쿵 사원 내 스님들과 불교 신자들은 도교와 유교를 동시에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조각상이나 그림 등을 사원 내에 장식했다. 점점 시간이 흐르며 쉬안쿵 사원의 종교에 대한 너그러움과 관대함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헝산을 넘는 수많은 여행자가 종교와 상관없이 사원에 잠시 들어와 휴식을 찾았다. 

쉬안쿵 사원 내부 전체에는 약 80여 개의 조각상이 있는데 불교, 도교, 유교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잘 묘사돼 있다. 다양한 주제들뿐만 아니라 이곳의 조각상 들은 미술학적으로 관찰하여도 뛰어난 기술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우선 청동, 구리, 철, 석기, 테라코타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세심한 조각 기술은 그 시대 예술품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법이다. 산 샹(San Shang) 강당에는 가부좌를 튼 불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불상 옆으로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모습이 잘 표현돼있다. 쉬안쿵 사원은 6개의 메인 강당과 34개의 작은 강당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강당들은 모두 복도를 통해 하나로 합쳐져 연결돼 있다.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듯한 쉬안쿵 사원의 인상적인 전경.

수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바람과 험한 날씨를 견뎌낸 쉬안쿵 사원의 건축 기법은 많은 전문가들에게 따라야 할 본보기인 동시에 미스터리한 존재로 남아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서양에서 온 건축 전문가들은 이 쉬안쿵 사원은 역학과 기계학뿐만 아니라 미학과 불교 건축 예술의 절정이 합쳐진 좋은 예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가파른 절벽 위에 터전을 잡은 건물 자체를 지탱하기 위해 사원 주변으로는 큰 구멍이 뚫어져 있는데 사원을 지탱하기 위한 토대는 바위에 구멍을 뚫고 그사이에 나무로 된 막대를 삽입함으로써 만들어졌다. 이런 토대 위에 사원 건물이 지어졌고 커다란 바위들을 사원 뒷부분에 배치해서 사원을 더욱더 견고하게 지탱했다. 몇몇 사람들은 사원이 지어지던 당시에는 이런 나무 막대가 존재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초기부터 지금까지 건물을 지탱하기 위한 나무 막대는 점점 더 더해져 갔다.

실제로 산시성을 방문해 쉬안쿵 사원에 오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은 이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하지만 오랫동안 쉬안쿵 사원의 기이한 위치와 모습 때문에 그곳에 들어갔다 건물이 무너질 것을 걱정해 사원 내부로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 1900년 쉬안쿵 사원 복구 사업이 이뤄졌고 2010년 12월 타임지는 이쉬안쿵 사원을 세계에서 가장 기이하고 무서운 건축물 중 하나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사원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전 세계로부터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관광 명소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쉬안쿵 사원은 이러한 수많은 관광객 때문에 그 옛날처럼 명상하며 심신을 쉬어갈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 아니다. 하지만 도교와 유교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사람들 모두가 하나가 돼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소망했던 쉬안쿵 사원 불자들의 마음은 우리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하며 본보기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는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혐오하고 끼리끼리 그룹을 만들어 다른 그룹과 대치하며 필요 없는 폭력과 긴장을 만들어 내가고 있다. 이런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그 당시 쉬안쿵 사원 불교인들의 마음가짐은 현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여행 정보
가는 법 : 한국에서 베이징까지 간 후 대통까지 버스로 이동. 베이징에서 대통까지는 하루 약 20대의 버스가 운영된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는 베이징에서 대통까지 국내선을 면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할 수도 있다. 대통에서 다시 남동쪽 으로 65킬로미터 거리를 달리면 쉬안쿵 사원에 도착하게 된다. 자동차로는 30분 거리. 미니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차에서 내린 후 도보로 10분을 가면 쉬안쿵 사원에 도착한다. 사원 개장 시간은 여름엔 아침 8시~오후 6시, 겨울엔 아침 8시 30분~오후 5시 30분까지다. 사원 전체를 방문하는 데는 약 2시간 반이 소요된다.  
여행 적기 : 5월~10월 여행하기에 가장 좋다.
비자 : 공식 사이트나 대사관을 통해 여행 비자를 발급해야만 한다. 
전압 : 220v 사용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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