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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육상효의 ‘달마야 서울가자’

상품화 위해 스님 희화화까지…아쉬운 ‘속편’

불교영화 표방하나 의미는 약해
‘달마야 놀자’ 흥행 요소에 초점
‘천주정’은 경쾌하지만 울림 커
불교 가르침과 상품성 균형 과제

‘달마야 서울가자’는 사찰을 배경으로 한 불교영화지만 불교적 가르침은 후경으로 밀려났다. 사진은 ‘달마야 서울가자’ 캡쳐.

전문점은 대표 상품을 간판으로 내세운다. 홍삼 전문점에서는 홍삼을 구입하고 칼국수 전문 식당은 칼국수를 주문해야 선택에 실패하지 않는다. 가끔 인생은 소문난 한식집보다 골목 식당에서 별미를 만날 수 있고 정해진 길보다 우회로가 더 지름길에 가까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흥행 대작보다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으며 칼국수 전문식당에서 덤으로 주문한 물만두가 더 식감이 좋을 수도 있다. 대중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예술영화와 흡사하게 전면적으로 표방한 불교영화보다 하나의 시퀀스로 더 설득력있게 불교의 교리를 담아낸 대중영화도 만날 수 있다. 대표적 사례는 지아장커의 ‘천주정’이다. 간혹 불교영화는 대중영화의 상품성에 묻혀서 법어 한 구절 찾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지아장커의 ‘천주정(天注定, 2013)’은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살인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마지막 에피소드에 물고기를 방생하는 생계형 매춘부 리엔룽과 종업원 샤오후이가 등장하여 업과 해탈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작은 물고기를 물주머니에 넣고 가서 방생을 한다. 이 장면은 세속에 피어난 꽃을 보여준다. 

그들은 살인 사건과 성매매업소라는 속세의 진흙탕에 피어난 연꽃같은 존재다. 리엔홍은 성매매 노동을 하면서 세상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댓글을 달며 자신의 존재를 표시한다. 그의 닉네임은 ‘물을 찾는 고기’이고 종업원 샤우후이는 ‘작은 새’이다. 그들은 세상에서 물을 떠난 물고기이거나 숲을 떠난 새와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리엔홍은 업을 짓지 말고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해탈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고기의 방생과 불상을 향해 합장을 하는 소소한 행위가 선행의 전부이지만 울림은 적지 않다. 그들의 언행이 울림을 주는 것은 현세 기복을 바라거나 생활세계에서 종교적 면죄부를 받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과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고 매춘을 하고 힘겨운 삶의 하중에 대해 인고하지만 종교적 경건함으로 일상을 종교화한다. 방생과 해탈에 대한 실천은 불교영화가 주는 무겁고 함축적인 울림 대신 경쾌한 목소리로 전달된다. 

이에 비해 육상효의 ‘달마야 서울가자’는 불교영화를 표방하지만 불교적 가르침보다 ‘달마야 놀자’의 대중성에 기울어져있다. 달마는 영화에서 스님을 지칭하는 말로 가볍게 사용한다. 

보리달마 대사는 ‘전등록‘의 기록에 의하면 527년 인도에서 중국에 당도한 중국 선종의 개조이다. 달마조사는 양무제와 문답을 나눈 다음 갈댓잎 하나에 몸을 싣고 양자강을 건너 낙양의 소림사에 당도하여 9년 동안 면벽 수도를 하였다. 양자강을 건너는 일위도강도(一葦渡江圖)는 소림사 기념품 상점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대표적인 중국화다. ‘달마야 서울가자’는 중국의 대표적인 선사인 달마 조사를 작품의 제목으로 내세웠지만 불교의 교리를 담아내는 것보다 웃음을 통해 관객의 지지를 받으려는 연출 의도가 적극 노출된다. 

불교영화의 관행인 스님의 수행과 깨달음보다는 위기에 처한 사찰 구하기라는 영화 속 문제 해결에 집중하였으며, 속세에서 일화를 통해 불교적 가르침을 우회적으로 제시하는 방식 역시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건설업자로 신분 세탁하려는 조직 폭력배와 대항하여 노래 대결과 술 마시기 시합에서 혼합주를 만드는 희화화된 스님 이미지가 더 부각된다.  

‘달마야 서울가자’는 사찰을 배경으로 한 불교영화이지만 전편의 흥행 성공요인인 희극성과 스님과 조직 폭력배의 대결 장면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전편보다 더 나은 속편은 드물다는 대중영화의 공식에 충실하다. ‘달마야 서울가자’는 큰스님의 유품을 서울의 사찰 무심사에 전해주기 위해 상경한 스님의 서울 기행이다. 육상효 감독은 코미디와 시나리오 작가라는 키워드에 부합한 ‘달마야 서울가자’를 연출했다. 전편의 장면과 캐릭터를 활용하여 코미디적 요소와 에피소드를 반복하였다. ‘달마야 놀자‘에서 조직 폭력배들이 스님을 전담 감시했다면 ‘달마야 서울가자’는 뒤집어서 스님들이 대륙개발 직원 행세를 하는 조직폭력배들을 한 명씩 맡게 된다. 대결은 노래방에서 점수와 술 마시기로 변형된다. 

시나리오의 정석대로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하면서 대단원으로 끌고 간다. 첫 번째 문제는 압류를 당한 사찰을 정상화하기 위해 3일 안에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마련하는 일이다. 현각 스님(이원종 분) 스님의 제안으로 법회를 열어 해결하려고 하지만 법당에 강제 진입한 범식(신현준 분) 일당의 방해로 실패하고 불전함까지 강탈당하고 만다. 

두 번째는 대봉 스님이 구입한 1등으로 당첨된 로또 복권을 찾는 문제이다. 스님들과 대륙개발 직원인 조직폭력배들은 게임을 하고, 불전함을 찾기 위해 해병대 출신인 대봉 스님이 밧줄을 타고 건물에 침투하려다 실패한다. 결국 로또 복권은 갈등하는 조직폭력배와 스님과 투자자들의 소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청명 스님(정진영 분)이 찢어버린다. 

반전은 동자승을 통해 일어난다. 동자승은 늘 퍼즐을 맞추는 오락을 즐긴다. 동자승은 찢어진 복권의 종이 쪼가리를 모아서 복권을 복원한다. 이는 무심사에 큰스님의 유품을 전하자 보살이 전하는 화두에 대한 답으로 호응된다. 청명 스님은 큰스님의 유품인 염주를 전하자 보살은 염주 알을 풀어서 쏟아버린다. 그리고 손을 대지 말고 담으라는 화두를 던진다. 큰스님은 화두에 대한 답으로 통에 담은 염주를 수좌 편으로 전한 것이다. 보살은 유품을 전해 받고 밥값은 했다고 읊조리면서 큰스님의 수행 경지를 인정한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로또 복권의 찢어진 종이를 동자승이 퍼즐로 복원하는 모습과 쏟아진 염주를 담아내는 행위는 화두에 대한 영화적 화답으로 보인다. 

‘달마야 서울가자’는 속편의 계보 유지와 대중영화의 시나리오 완성도에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불교적 가르침이 후경으로 밀려났다. 불교영화는 상품화의 유혹과 가르침의 전파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야하는 과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평론가·부산대 교수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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