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수행 신명섭-상
절수행 신명섭-상
  • 법보
  • 승인 2019.03.13 10:05
  • 호수 148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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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경험한 첫 삼천배
도반 권유로 하루 1000배씩
오천배 삼칠일 기도에 도전
통증·숫자 연연하다 맘 바꿔
35, 공문

2016년 5월21일은 나와 백련암, 삼천배가 인연을 맺게 된 날이다. 삼천배를 다녀온 친척 누나가 “같이 한번 가보자” 해서 막연히 따라나선 곳에서 처음 경험한 삼천배는 너무 힘들어 마지막 500배는 절을 하는 건지, 그냥 엎어졌다 일어나는 건지도 모르게 겨우 마쳤다.

그렇게 삼천배를 회향하고 받은 불명 ‘공문(空門)’. 백련암에서 내려오는 길 어딘가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나에게 불명은 ‘공’을 추구하라는 그 뜻이 딱 맞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첫 삼천배 후 매월 삼천배에 참가했다. 2017년에는 1월29일부터 2월18일까지 첫 삼칠일 삼천배 기도를 하기도 했다. 불필 스님을 친견하고 시작되었던 그 기도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을 송두리째 흔들어 바꾸어 버렸다. 때로는 마장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도 후 풀릴 건 풀렸고 요동치던 감정들이 잔잔히 제 자리를 잡았으니, 결국 순리대로 흘러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회향 후 불필 스님을 다시 뵌 자리에서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그런 날 바라보며 스님께서는 담담히 “그나마 기도를 해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시던 게 생각난다. 내 눈을 지그시 보고 하셨던 “큰 공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세연이 아직 남아있나보네…”라는 말씀에 회향 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내가 그 ‘세연’을 완전히 뿌리칠 수 있을 만큼의 깜냥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첫 삼칠일 기도 후 언젠가는 백련암에서 다시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던 중 지난해 초, 한 도반의 권유로 1년여 이어오던 300배 일과를 1000배로 올렸다. 한경혜 작가, 혜국 스님, 혜인 스님의 일화를 접하면서 두 번째 삼칠일 기도에 대한 결심이 확고해졌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이왕 할 거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도를 해보자.’ 오천배 삼칠일 기도를 계획했고, 2018년 7월27일 해인사 백련암으로 향했다.

백련암에 도착하여 짐을 푼 나는 다음 날 두 번째 삼칠일 기도를 입재했다. 원주스님의 배려로 새벽예불 대신 고심원에서 새벽 3시 죽비를 치며 삼배 후, 오분향예불문을 하고 바로 오천배 절을 시작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오천배는 심적 압박을 주었고, 결국 마음과 자세가 흔들린 절로 인해 큰 고비를 맞았다.

나는 평소 빠른 절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두 개를 깔던 좌복도 어느 순간부터 하나만 쓰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런 것들이 몸에 완전히 익었으리라 자신했던 자만심에 대한 벌인가…. 좌복은 6일째 되던 날 양 무릎에 피 물집이라는 훈장을 만들었고 결국 기도 시작 일주일 만에 좌복을 두 개로 늘리면서 스스로와 타협을 하게 되었다. 기도 후 샤워를 하며 무릎의 피와 고름을 뺀 뒤, 근육 테이프를 잘라 두 겹으로 붙이니 한결 통증이 줄어 절을 계속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에도 무릎 여기저기에 물집이 잡혔지만, 처음처럼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그러려니 넘겼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어떻게든 절을 빨리 끝내보고 싶어서 흐트러진 자세로 무리하게 빠른 절을 하다 허리와 등 쪽을 삐끗하였는데, 당시에는 통증이 별로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날 절을 마쳤다. 

그리고는 저녁공양을 하며 앉아있는데 왼쪽 발부터 다리, 어깨까지 통증이 왔다. 결국, 그날 이후로 회향 때까지 발가락 저림은 계속되었고 절을 조금만 많이 해도 다리와 등 어깨까지 저리고 통증이 생겨 몸을 살피며 절을 조금씩 해나가야 했다. 그 무렵 “너무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21일 기도를 온전히 해내는 데 의의를 두세요”라는 원주스님의 말씀은 절 숫자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마음에 변화를 가져다주어 그 이후로는 무리하지 않고 100배든 200배든 하고 잠깐 쉬었다 다시 절을 하는 식으로 바꾸었다.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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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림행 2019-03-14 10:38:45
수희찬탄합니다..

불광 2019-03-13 13:21:19
공문거사님 !!!
대단한신심과수행글
잘 읽었습니다.

하편도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