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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신명섭-상

기자명 법보

막연하게 경험한 첫 삼천배
도반 권유로 하루 1000배씩
오천배 삼칠일 기도에 도전
통증·숫자 연연하다 맘 바꿔

35, 공문

지난해 여름 산 중 밖의 날씨는 정말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고 들었다. 폭염의 날씨에 백련암이라는 좋은 환경의 공간에서 21일 동안 신경 쓸 것 하나 없이 맘 편히 기도만 하면 됐던 내가 이런 후기를 적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맞는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도반 분들이나 기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잠시나마 부담 없이 보시고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해보려 한다.

지난해 초, 평소 읽어 보고 싶었던 한경혜 작가의 ‘오체투지’라는 책을 읽은 후 마음 속 작은 울림을 느꼈었다. 그 작은 울림은 혜국 스님의 5000배 삼칠일 기도 일화와 혜인 스님의 100만배 기도 일화를 알게 되면서 점 점 더 커져만 갔고, 5월의 3000배를 다녀오고 난 후 어느 날 갑작스럽게 삼칠일 기도의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우선 달력에서 마땅한 날짜를 살펴보고 7월 28일 입재하여 8월 17일에 회향하는 것으로 확정짓고, 내 방 작은 달력에 남은 날짜들과 입재일, 회향일을 표시하며 각오를 다지는 것으로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삼칠일 기도는 시작되었다.

2016년 5월 21일, 나와 백련암, 3000배가 인연을 맺게 된 날이다. 그 전 달 아비라 카페를 통해 3000배를 다녀온 친척 누나가 “좋았다.”라고, “같이 한번 가보자.” 해서 막연히 따라나선 곳에서 처음 경험한 3000배는 너무 힘들어 마지막 500배는 내가 절을 하는 건지, 그냥 엎어졌다 일어나는 건지도 모르게 한 배 한 배 하며 겨우 마쳤던 것 같다. 그렇게 하고 받은 불명 ‘공문(空門)’, 백련암 불명은 큰 스님께서 그 사람에 맞게 지어지도록 해놨다는 말이 있는데, 불명을 받고 백련암에서 내려오는 길 어딘가에서 휴대폰을 흘려 잃어버린 나에게 ‘공문(空門)’이라는 불명은 ‘공’을 추구하라는 그 뜻이 딱 맞는 게 아닐까 싶다. ‘공문’이라는 불명은 아무것도 모르던 군대 훈련소 시절 종교 행사에 참석하여 받은 ‘청담’이라는 불명에 이어 두 번째 불명이었는데, 군 시절 받은 불명은 사용한 적도 없고 그냥 형식상 받았던 것이기에 실제로는 처음으로 받은 불명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내 힘으로 3000배를 하고 받은 것이라 더 뜻깊었고 누구나 아는 단순한 글자로 이루어진 불명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내 실제 이름은 글자마다 받침이 다 들어가고 흔한 이름은 아니라서 불명은 좀 단순하고 부르기 쉬운 것을 받고 싶었었기 때문이다.

첫 3000배 후 3개월만 다녀보자 했던 매월 3000배는 어느새 2년이 더 되었고, 그 기간 중 나는 2017년 1월 29일 입재하여 2월 18일에 회향했던 삼칠일 3000배 기도를 경험하기도 했다. 내게는 처음 다가온,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한 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던 큰 기도. 불필 스님을 친견하고 스님께 받아 시작되었던 그 기도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을 송두리째 흔들어 바꾸어 버렸었다. 때로는 그것이 마장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도 후 모든 것은 아니지만 풀릴 건 풀리고 요동치던 감정들이 잔잔히 제 자리를 잡았으니, 기도를 함으로써 결국 순리대로 흘러 간 것일 것이라 생각이 된다. 기도 회향 후 불필 스님을 다시 뵌 자리에서 그만, 펑펑 울어버렸는데 그런 날 바라보며 스님께서 담담히 “그나마 기도를 해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시던 게 생각이 난다. 물론 그 때, 내 눈을 지그시 보고 하셨던 “큰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세연이 아직 남아있나보네….” 라는 말씀은 회향 후 오히려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지만, 지금도 내가 스님이 얘기하셨던 그 ‘세연’을 완전히 뿌리칠 수 있을 만큼의 깜냥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삼칠일 기도를 겨우 마칠 수 있었지만 여러 일이 있었고 그에 따라 기도 기간 중 기도 장소도 이리저리 바뀌고, 온전히 기도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했던 기도라 언젠가는 백련암에서 다시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마음에 자리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한 도반의 권유로 1년여 이어오던 300배 일과를 1000배로 올려 이어가게 되었고, 한경혜 작가, 혜국 스님, 혜인 스님의 일화들을 접하면서 두 번 째 삼칠일 기도에 대한 생각이 확고히 되고, 더불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과 ‘이왕 할 거면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최대한의 기도를 해보자.’ 라는 생각이 겹치면서 이번 5000배 삼칠일 기도를 계획하고 2018년 7월 27일 해인사 백련암으로 향했다.

백련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나는 저녁 공양을 하고 원주 스님과 간단한 차담을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새벽 3시 나의 두 번째 삼칠일 기도를 입재하였다. 원주 스님의 배려로 새벽예불 대신 백련암 인연의 처음부터 늘 함께했던 ‘고심원’에서 새벽 3시에 죽비를 치며 삼배 후, 오분향예불문을 하고 바로 5000배 절을 시작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처음 경험해보는 5000배의 절은 나에게 심적 압박을 주었고, 결국 마음과 자세가 흔들린 절로 인해 큰 고비를 맞이하게 되었었다.

나는 평소 빠른 절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매월 3000배 대중기도 때에는 도반님들과 함께 100배를 12분에 맞춰 하지만, 일과를 할 때에는 시간을 신경 쓰진 않고 보통 14, 15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절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절 수행 처음에는 두 개를 깔고 했던 좌복도 차츰 절이 익숙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하나만 깔고 하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익숙해진 것들이 몸에 완전히 익었으리라 자신했던 자만심에 대한 벌일까…. 기도 초반 자신 있게 하나만 깔았던 좌복은 하루 5000번의 절을 받아내며, 6일째 되던 날 내 양 무릎에 피물집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훈장을 만들어 주었고 결국 기도 시작 후 딱 일주일 만에 좌복을 두 개로 늘리면서 스스로 타협을 하게 되었다. 물론 쓸데없는 자존심에 고집을 피워 버텨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그때 만약 그랬으면 얼마 못 가서 내 기도는 중단 되었을 것이다. 피 물집이 생긴 무릎은 닿을 때마다 쓰라리고 아팠지만, 기도 후 샤워를 할 때 터뜨려 피와 고름을 빼낸 뒤, 혹시나 해서 들고 간 근육테이프를 잘라 두 겹으로 무릎에 붙이니 한결 통증이 줄어 다행히 절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다. 물론 그 후에도 무릎 여기저기에 물집이 잡히긴 했지만 처음처럼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그러려니 넘겼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겨버렸다.

피 물집을 대충 처치하고 기도를 이어나가던 그 때, 어떻게든 절을 빨리 끝내보고 싶어서 흐트러진 자세로 무리하게 빠른 절을 하다 허리와 등 쪽을 삐끗 하였는데, 당시에는 통증이 별로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날 절을 마쳤다. 그리고는 저녁공양을 하며 앉아있는데 왼쪽 발부터 다리, 어깨까지 저릿저릿 하는 느낌과 함께 통증이 왔다. 결국 그 날 이후로 회향 때까지 발가락 저림은 항시 계속 되었고 절을 조금만 많이 해도 다리와 등 어깨 쪽까지 저려오고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 몸을 살피며 절을 조금씩 해나가야 했다. 그 무렵 원주 스님과 차담을 하며 허리통증에 대해 얘기해서 붙이는 파스를 받았는데 정말 이 파스가 내겐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던 것 같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21일 기도를 온전히 해내는 데에 의의를 두세요.”라는 스님의 말은 절 숫자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내 마음에 변화를 가져다주어 그 때 이후로는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100배든 200배든 하고 잠깐 쉬었다 다시 절을 하는 식으로 바꿔서 기도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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