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관음보살
파격의 관음보살
  • 이재형 국장
  • 승인 2019.03.18 10:14
  • 호수 148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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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든 관음보살상은
획일화 깬 뜻깊은 불상
불교 역동성은 파격에서

익숙한 것이 안정감을 주지만 오래되면 고루하고 편협해지기 십상이다. 간화선 주창자인 대혜 선사가 ‘서장’에서 “선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 하라(生處放敎熟 熟處放敎生)”고 강조한 것도 익숙함에 대한 경계다. 불교에서 제행무상을 강조하지만 변화를 자각하고 거기에 맞추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역사가 오랠수록 전통의 무게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렵다.

불상이나 불화가 그렇다. 전문가들이야 시대에 따른 변화를 알아차리겠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불보살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엇비슷하다. 일반미술과 달리 불교미술의 변화 폭이 적은 것은 신앙 대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불보살상은 불경 내용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며, 성스러움을 갖춰야 한다. 불보살상을 조성하는데 마냥 파격을 앞세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나친 정형성과 획일화는 사회현실과 시대 흐름을 도외시함으로써 대중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게 한다. 역설적이지만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키워드가 파격이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불보살상을 통해 새롭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김해 정토원의 호미 든 관음상은 신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각별하다. 해발 140m의 봉화산 정상에 7.3m의 호미 든 관음상이 봉안된 것은 60년 전인 1959년 4월5일이다. 당시 우리사회는 일제강점기와 6·25한국전쟁을 거치며 온 국토가 극도로 피폐해졌다. 모두들 굶주림과 부패한 현실을 딛고 일어설 희망과 원력을 필요로 했다.

동국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선진규 정토원장을 비롯한 31명의 불교학과 청년불자들이 떠올린 것은 새로운 보살상이었다. 왼손에는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정병을, 오른손에는 호미를 든 파격의 관음보살상은 이렇게 탄생했다. 심신, 사회, 경제, 사상의 4가지를 개발하자는 염원이 담긴 호미 든 보살상은 청년불자들이 일상에서 진리의 삶을 살겠다는 결연한 다짐이었다. 이봉춘 동국대 명예교수의 말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을 형상화해 생존의 도구인 호미를 경배 대상인 관음보살상의 새로운 도상으로 만들어낸 것은 대중의 마음을 일깨워 희망찬 세상을 만들자는 미래지향적인 목표에서였다.

옛 절터에 세운 정토원에서 평생 불교운동과 농민운동에 힘을 쏟았던 선 원장은 호미 든 관음보살뿐 아니라 1998년에는 ‘법화경’의 ‘종지용출품’에 착안해 지상출현관음보살상을 조성했다. 관음보살의 머리 부분, 정병과 장미꽃을 손에 쥔 두 팔만 보이게 해 땅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만든 것이다. 관음보살이 땅에서 솟아오르듯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한 힘이 있으니 우리 힘으로 불국토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정토원의 파격은 다른 곳에서도 이뤄졌다. 관음보살상의 새로운 도상을 연구하는 동국대 자재 스님은 경북 봉화 관음사, 서울 성북동 길상사, 대구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의 관음상도 파격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봉화 관음사는 농선도량(農禪道場)이라는 특성에 맞춰 벼이삭을 한아름 안은 보살, 괭이질하는 보살, 소를 끌고 있는 보살의 모습을 각각 취하고 있는 ‘농부삼존관음보살입상’을 모셨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밥 먹지 않는다’는 백장선사의 정신에 기반한 것으로 농촌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담아냈다. 무소유와 소박함, 종교화합을 담아낸 길상사 관음보살상과 엄마와 아기를 형상화한 대관음사의 대준제관음보살입상과 아기관음보살입상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보살상이다.

이재형 국장

불화에서 파격은 보살상보다 더 일찍 시작됐다. 조선시대 감로도가 그렇듯 1939년 제작된 흥천사 감로왕도에는 탱크, 비행기, 자동차, 전철, 서커스 등이 그려졌으며, 최근 완성된 천마산 보광사와 청계산 정토사의 신중탱화에도 세월호 참사와 군경 등 현대의 인물과 사건이 등장한다.

불보살님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역동적인 존재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신심을 해치지 않는 파격의 불보살상이 절실한 이유다.

이재형 국장 mitra@beopbo.com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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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2019-03-18 11:14:40
아주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