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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일제강점기의 역사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었다. 우리 불교계 역시 각종 세미나와 전시회 등의 행사를 통해 3․1운동이 남긴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일에 적극 동참하였다. 일제의 식민 침탈은 비록 3․1운동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선열들이 남긴 숭고한 희생정신과 평화주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서고 있다. 

일제강점기 35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아직 ‘살아있는’ 역사이다. 가해 당사자 일본의 아베정권은 오히려 제국주의 역사를 미화하고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만드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친일 역사의 청산 문제를 놓고 적지 않은 갈등이 엄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도무지 부끄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들을 향한 외침은 자칫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역사는 그렇지 않다. 일제강점기의 가슴 아픈 역사를 더욱 살아있는 역사로 가다듬어 나가는 일은 분명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약 100여년 전 일제는 ‘조선토지조사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였다. 1910년부터 1918년까지 8년여에 걸쳐 전국의 모든 택지와 경지에 대해 필지별로 측량을 하고 소유자와 지가 및 지위등급 등을 조사한 사업이었다.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었던 이 사업은 물론 영구적 식민통치기반 구축과 수탈 경제의 기반 마련을 위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업의 시행 과정에서 당시 전국 사찰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 및 임야 재산도 함께 조사하는 일이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토지대장’이라는 자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논자는 지난 1992년 조계종 재무부에서 보관하고 있던 ‘토지대장’이라는 자료를 직접 열람했던 적이 있다. 이 대장은 1911년부터 1912년 사이에 작성된 것이었으며, 여기에는 30개 본사와 소속 말사가 소유하고 있던 전, 답, 대지, 임야, 사사지 등의 지번과 지목, 평수, 심지어 당시 평가액까지 산정한 내역이 총 망라되어 실려 있었다. 놀랍고도 반가운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지금의 북한지역에 존재했던 총 289개 사찰의 재산목록을 정리하여 책에 수록했던 기억이 새롭다.(‘북한사찰연구’, 사찰문화연구원, 1993)

최근까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북한지역에는 대략 60여개의 사찰이 존속되고 있다고 한다. 1910년대의 ‘토지대장’에 재산이 명기된 289개 사찰, 그리고 이 대장에서 누락된 일부 사찰 등을 감안한다면 분단 이후 상당수의 북한지역 소재 사찰들은 이미 사라져버린 현실이다. 우연히 국가기록원 홈페이지를 경유해서 1937년에 작성된 ‘유점사사유림벌채허가원에관한건’이라는 문건을 열람할 수 있었다. 이 문건은 유점사가 소유하고 있던 사유림의 벌채를 허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서인데, 여기에 1937년 당시 유점사의 세입 세출 관련 예산이라든지 사찰 소유 재산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유점사의 경우처럼 일제강점기 사찰, 특히 분단 이전까지 북한지역에 존재하고 있었던 사찰과 그들 사찰이 소유하고 있었던 재산의 실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상당수 남아있는 상태이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금강산 신계사에서 템플스테이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남북 사이에 놓여있는 빗장은 물론 서서히 조금씩 열어가야 하겠지만 일제강점기까지 우리 불교계가 보유하고 있던 불교재산의 환수 문제는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각종 자료를 수집하여 북한지역에 존재했던 사찰 소유재산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 역시 일제강점기 역사를 ‘살아있는’ 역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모처럼 불기 시작한 한반도의 평화 훈풍이 또다시 냉각기로 돌아서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나날이다. 부디 한반도 평화라는 우리 민족의 염원이 하루속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그 평화의 토대 위에서 북녘 땅의 불교가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기를 발원해 본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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