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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무량한 공덕

기자명 금해 스님

크기보단 마음이 중요한 보시
청정한 마음을 빚어낸 공양물
황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취

수계식을 앞두고, 어느 신도님이 보시를 하고 싶은데 무엇을 얼마나 하면 되는지 물어보십니다. 큰 행사라 여러모로 걱정되어 마음을 낸 것일 겁니다. 고마운 마음을 알면서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망설이며 바로 답을 하지 못합니다. 절에 맞는 보시가 아니라, 신도님이 기쁜 마음으로 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얼마일까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마음에 딱 맞는 보시가 아니라면, 많으면 많아서, 적으면 적은 대로 또 다른 번뇌가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음이 중요하니 어떤 것이든, 얼마든 기쁜 마음으로 하시라’고 나름 가장 적절한 답을 합니다. 그런 제가 신도님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 같기도 합니다.

고귀한 삼보에게 올리는 ‘청정한 믿음’은 가장 큰 보시입니다. 그리고 보시하는 공양물은 ‘청정한 믿음’을 드러내는 수단이요, 가장 수승한 표현 방법입니다.

그렇기에 부처님께서는 수자타 소녀의 유미죽 공양과 가난한 여인이 올린 작은 기름 등불 공양이 수승하다고 칭찬하셨을 것입니다. 가장 순수한 믿음과 청정한 마음으로 빚어낸 공양물은 일상의 작은 물건임에도 황금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공덕을 성취했습니다. 

며칠 전, 한 보살님이 고운 종이로 싼 신문지 한 장을 쑥스러운 듯 제게 건넸습니다. 주말에 봄맞이 대청소를 하면서 아들에게 유리창을 닦으라고 신문지를 건넸답니다. 몇 분 뒤에 갑자기 아들이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부르더니, ‘우리 스님 사진이 있어서 유리창 닦이로 쓸 수 없다’며 신문을 바꿔 달라고 했답니다. 보살님이 신문을 살펴보니 여기 ‘세심청심’에 실린 제 글과 사진이 있는 면이었습니다. 일반 신문들과 섞여 있었는데, 아들이 용케도 작은 사진을 알아보았던 것입니다. 아들은 신문을 몇 번이나 손다림질 하더니, 스님께 꼭 전해 달라 부탁했습니다. 구겨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합니다. 그렇게 건네받는 신문지 한 장이 저를 무척이나 기쁘게 했습니다. 저를 귀하게 여겨주는 아이의 깨끗한 마음이 너무나도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삼보와 관련된 모든 것은 귀하고 소중합니다. 그래서 처음 절에 들어오면 갖가지 물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숱하게 배웁니다. 그럼에도 실수가 생깁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노보살님들이 훨씬 더 잘하십니다. 부처님 전에 올리는 공양물은 가장 좋은 것으로 챙기고, 오는 길에 쉴 때에도 땅에 내려놓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이러한 예법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청정한 믿음과 공경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사찰의 와불(臥佛)을 참배할 때, 한 소녀가 꽃을 부처님 발끝에 올리고, 그 발끝에 이마를 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관광객들의 소란 속에서 소녀는 평온하고 고요했으며 사랑스러웠습니다. 세속의 흐름을 벗어나 청정한 곳에 머무는 소녀의 얼굴은 부처님에 대한 공경심과 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그 순간이야말로 업을 맑히고 무량한 공덕을 성취하는 때일 것입니다.

마음에 믿음, 공경, 사랑이 가득 차 있다면 모든 것은 저절로 채워집니다. 그러면 삼보 전에 올리는 보시를 언제 어느 때나, 일상에서 기쁘게 보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큰 것을 자랑하지 않을 것이며, 스님에게 묻지 않아도 가장 기쁜 공양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금해 스님

미얀마의 아름다운 소녀처럼, 신문 종이 한 장이 큰 선물이 되는 것처럼, 모든 생, 일상 전부가 수승한 공양이 되고 매일 불사 하는 기쁨을 맞을 것입니다.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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