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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마음의 구조②

18계는 마음이나 인식의 기본구조 구체적 제시

6식 의지처, 6경 아닌 6근
식은 근의 양상 따라 변해
전오식은 현재만 작용하나
의식은 3세를 대상으로 함

18계는 12처를 토대로 마음의 활동이나 심리현상을 설명하는 마음이나 인식의 기본구조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8계는 마음이나 인식의 생기 구조상, 6근(根)·6경(境)·6식(識)의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3가지 계열(三事)로 분류된다. 이때 ‘6근’은 ‘인식주관’, ‘6경’은 ‘인식대상’, ‘6식’은 6근과 6경의 만남에서 생기하는 ‘마음자체의 활동이나 인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18계의 구조는 아비다르마불교에서 마음자체(心, citta or cetas)와 다양한 심리현상(心所, caitta or caitasika)들이 생겨나는 기반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아비달마구사론’에서 18계는 ‘소의(所依, āśraya)·능의(能依, āśrita)·소연(所緣, ālambana)’이라는 삼사의 연기적 관계에 기초한 6종류의 마음의 활동이나 인식으로 설명한다. 그러면 6근·6경·6식의 삼사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는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삼사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대별해서 보면 ①근과 식, ②근과 경, ③식과 경의 관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때 근·경·식의 삼사의 구조적 관계 가운데 ①근과 식의 관계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왜냐하면 이 둘이 마음이 활동하거나 인식이 생기하는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①근과 식의 관계는 소의(所依, 의지처)와 능의(能依, 의지하는 것)의 관계를 나타낸다. ‘아비달마구사론’에서 근과 식의 관계는 식이 근에 의지하고 대상[境]이 아닌 근에 따라 식에 이름이 붙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식의 의지처는 대상이 아니라 근이다. 식은 근의 양상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근이 완전한가, 아니면 손상되었는가에 따라 식이 명료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그러나 색 등 대상이 변한다고 해서 식이 변하지는 않는다. 식은 근에 좌우되는 것이지 대상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식 등의 이름은 근에 따르고 다른 것(=대상)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6식은 대상이 아닌 6근에 따라 각각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또한 ②근과 경의 관계에서 전오근과 의근은 대상에 따라서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나는 시간성의 문제로서 전오근은 현재의 것을 대상으로 삼고, 의근은 삼세의 것을 대상으로 삼는다. 다른 하나는 대상에 근이 관여하는 방식 즉 작용성에 따른 것으로서 전오근은 감관을 나타내는데, 이는 대상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반면에 의근은 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의식과 같이 대상에 관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점에서 전오근과 의근은 차이가 있고, 의근과 의식의 긴밀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18계의 구조에서 지식 혹은 경험을 비롯한 기억이나 업의 인과적 내용 등은 의근에 저장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③식과 경의 관계에서 마음이 미래로부터 현재로 생기할 때 이는 필히 6식 중의 어느 하나로서 작용한다. ‘안식’으로 작용한다면 ‘눈’을 통해 ‘색(협의)’을 파악하며, ‘이식’으로 작용한다면 ‘귀’를 통해 ‘소리’를 파악한다. 동일한 마음이 둘 이상의 식으로 작용하는 일은 결코 없다. 이때 전오식은 현재의 대상에만 작용을 한다. 반면에 의식은 과거와 미래의 대상에 대해서도 작용을 한다. 즉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의식의 대상은 일체의 다르마에 적용된다.  의식은 전오식과는 차이가 있다.

결국 18계는 마음이나 인식의 기본구조, 나아가 삼사화합을 통한 촉(觸)의 문제나 심과 심소의 긴밀한 관계 등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이론적 토대가 된다. 요컨대 18계는 6식을 통한 마음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비롯한 촉 이후에 전개되는 수(受)․상(想)․사(思) 등 다양한 심리적 현상들, 즉 심법과 심소법의 긴밀한 관계 이해에 매우 중요하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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