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6. 김춘추와 김유신의 임기응변

기자명 김정빈

“지혜와 덕망은 능히 요망한 징조를 이긴다”

두사람 임기응변 나라 구한 지혜
두려워만 하고 있는 나라에 희망
불자들 자신 원망 불보살에 탄원
탄원 앞서 스스로 극복 노력해야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신라의 김춘추(金春秋·604~661)는 진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왕위에 올라 태종무열왕이 되었고, 매제이자 사위이기도 한 장군 김유신(金庾信·595~673)과 함께 백제를 멸망시킴으로써 삼국통일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신라 선덕왕 11년에 백제가 대량주를 공격했는데, 그 전투에서 그곳을 지키던 김춘추의 사위 품석이 아내와 함께 죽었다. 김춘추는 이 일을 통탄하여 백제를 치고자 하였으나 신라의 역량은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고구려를 설득하여 함께 백제를 치려는 계획을 세웠다.

고구려로 떠나기에 앞서 김춘추는 김유신에게 만일의 사태가 생길 경우 자신을 위해 복수해줄 것을 청했고, 김유신은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김춘추가 고구려에 가자 고구려 왕이 대단히 기뻐하며 객관에 쉬게 하였다. 왕이 어떤 자의 계교를 받아들여 김춘추에게 말했다.

“마목현과 죽령은 본시 우리 땅인데, 그대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것을 돌려주지 않으면 그대는 되돌아갈 수 없다.”
“나라의 국토를 제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는 없습니다. 감히 그 명령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왕이 노하여 김춘추를 억류하였다. 예상치 못했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김춘추는 왕의 총신인 도해에게 청포 삼백 필을 바친 다음 그를 위해 주연을 베풀었다. 도해가 넌지시 말했다.

“공자는 거북과 토끼 이야기를 모르는 모양이오 그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김춘추는 도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단번에 알아들었다. 김춘추를 위해 도해가 계책으로 암시한 ‘거북과 토끼 이야기’는 오늘날 판소리 ‘수궁가’로 남아 있는데,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동해 용왕의 딸이 병에 걸렸는데, 의사의 말이 토끼의 간을 약과 합하여 쓰면 족히 나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바다에는 토끼가 없어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던 차에 거북이가 자청하여 토끼 간을 구해 오겠노라며 나섰다.

거북은 육지에 올라가 토끼를 보고 말하기를 “바다 가운데 섬이 하나 있는데, 샘물도 맑고 돌도 하얗고 숲도 우겨졌고 아름다운 과실도 많이 열려 있으며, 춥지도 덥지도 않고 매나 독수리도 없다. 가히 가서 살 만하다”라고 말하며 토끼를 유인했다.

토끼가 그 말에 혹하여 거북의 등을 타고 바다 가운데로 나아갔다. 그제야 거북이 진실을 실토했다.

“지금 용왕의 딸이 병에 걸려 토끼의 간으로 약을 지어야 낫는다 한다. 그래서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너를 등에 업고 오는 것이다.”

토끼가 꾀를 내어 대답했다.

“나는 신통력이 있어서 능히 오장을 꺼내어 씻은 다음 다시 뱃속에 넣을 수 있다. 그런데 요사이 마음에 걱정이 생겨서 간을 꺼내어 바위 밑에 두었다.”

거북이 이를 믿고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자유를 얻은 토끼가 거북을 비웃었다.

“너는 참 어리석구나. 어떻게 생물이 간 없이 살 수 있단 말이냐?”

김춘추는 토끼가 되어 거북 격인 왕에게 국서를 지어 올렸다.

“왕께서 말씀하신 마목현과 죽령은 본시 대국의 땅임이 분명합니다. 신이 귀국하면 왕께 청하여 돌려 드리겠습니다.”

왕이 기뻐하며 김춘추를 돌려보냈다. 김춘추는 고구려와 신라의 경계에 이르러 그를 전송하는 자에게 말했다.

“나는 백제를 치기 위해 그대의 나라에 구원병을 청하러 갔는데, 그대의 왕은 나에게 국토를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일은 신하인 나로서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지난번에 내가 올린 글은 억울한 죽음을 면하는 계책이었을 뿐이다.”

선덕왕이 승하하고 진덕왕이 서자 대신 비담이 염종과 더불어 여자가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명목을 들어 반란을 일으켰다. 비담과 왕의 군대가 서로 공격하고 막기를 열흘간이나 했는데, 어느 날 밤 큰 별이 왕의 군대가 주둔하는 월성에 떨어졌다.

비담이 자기 군사들에게 “별이 떨어지는 곳에는 반드시 피가 흐른다. 이는 여왕이 패망할 징조다”라고 말하자 그의 군사들이 크게 고무되었다. 여왕 또한 같은 생각으로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김유신이 왕에게 말했다.

“길흉은 무상한 것입니다. 주작과 기린은 상서로운 짐승이지만 주나라는 주작으로 망했고 노나라는 기린으로 쇠퇴했으며, 꿩은 평범한 짐승이지만 고종은 꿩으로써 흥했습니다. 또 용은 신이한 짐승인데 정공은 용이 싸우는 것을 보고 창성했습니다. 요점은 지혜와 덕망이 능히 요망한 징조를 이긴다는 것입니다. 이번 이변은 두려워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김유신은 곧 허수아비를 만들어 이에 불을 질러 연에 단 다음 한밤중에 하늘로 띄워 올렸다. 그러고는 이튿날 사람들을 시켜 “어젯밤에 떨어졌던 별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소문을 내어 군대를 위무했다. 김유신은 별이 떨어진 자리에서 하늘에 제를 지낸 다음 장수와 군대를 독려하여 비담군을 공격하여 적을 대파했다.

기도와 축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불제자들은 자신의 원망(願望)을 불보살 전에 탄원한다. 하지만 기도와 축원에 앞서 불제자는 자신의 힘으로써 난관을 개척해나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수행’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거니와, 수행이라는 말은 좁은 의미로도, 넓은 의미로도 쓸 수 있다.

좁은 의미의 수행은 참선, 명상 등을 말하며, 거기에 계행을 더하면 좀 더 넓은 의미의 수행이 된다. 수행의 범주는 거기서 더 넓힐 수 있다. 계행은 남을 해치지 않는 것이지만, 불제자는 세속에 사는 사람으로서 남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이 심해지면 그것은 투쟁으로 바뀌며, 그때 우리는 남을 해치게 된다.

경쟁과 투쟁이 매우 심해져 있는 현대사회. 불교가 가르치는 계율, 참선, 명상만으로 이런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명확하고 분명한 법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교 수행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경쟁 내지 수행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어디서 둘이 갈리며, 그 분기점에서 나는 무엇을 기준 삼아 정과 사를 분별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세간과 출세간을 아우르며 훌륭한 불교인이 되는 것은 만만하지 않다. 팔정도에는 정사(正思)라는 덕목이 있다. 정사는 불교 교리 해설 밖으로 나와 적용되어야 한다. 김유신과 김춘추의 고사를 통해 우리는 이타 법문에 한정되어 있는 법문으로서가 아니라 경쟁 시대라는 조건 안에서 살아가는 불제자로서의 정사를 생각한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