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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다비와 사리신앙-상

기자명 현진 스님

다비, ‘불태운다’ 의미 팔리어 ‘쟈삐따’의 소리옮김

화장 문화, 브라만교의 영향
중생을 천상에 이끄는 방편
장례는 삶 마감하는 지혜일뿐
해탈의 지혜로 보기는 어려워

세계의 여러 민족들이 나름대로 가꿔가는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지역별로 자리 잡은 장례문화는 삶을 마감하는 지혜로써 그 지역에 맞게 발전하였으며, 아울러 문화의 이동에는 어느 정도 장례문화도 함께 하였다.

중국은 다민족이란 점과 그 넓이에 어울리게, 남부는 절벽에 관을 매다는 현관장(懸棺葬), 북부는 나무 위에 안장하였다가 수년이 지난 후에 유골을 수습하여 매장 또는 화장하는 수장(樹葬), 티베트 지역은 독수리에게 먹이는 조장(鳥葬) 등이 있었고, 중원지역은 고래로 매장이 주를 이루며 불교 영향의 화장도 추가되어 지금에 이른다. 일본은 불교식 화장에 일부지역은 풍장과 매장이 있는데, 유족들은 조문객 앞에서 슬픈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일체 곡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매장 위주인 서양은 로마 시대엔 화장도 있었다고 하는데, 제국 말기 이후 기독교의 정착과 함께 매장문화로 정착하게 되었다.

유목민족은 항시 이동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한다. 하지만 유목의 아리안족이 인도북부에서 농경민족으로 정착하고도 화장을 버리지 않는 것은 9개월여의 건기와 3개월여의 우기가 반복적으로 지속되기에 화장이 자연환경에도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라만교의 종교적 영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을 것인데, 아뜨만(ātman)이란 불멸의 영혼이 육신을 넘나들며 금생에서 내생으로 건너가기 위해선 화장이 적절한 역할을 해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화장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종교도시인 바라나시를 가로지르는 강가강변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전설에 따르면, 사가라왕의 증손인 고행자 바기라타 선인은 선조의 원혼을 달래고자 브라흐마의 허락을 얻어 천상의 물줄기를 지상으로 돌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지상에 흐르게 된 7갈래의 강줄기 가운데 하나가 강가강이다. 그렇게 천상에서 지상으로, 즉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던 강가강이 유일하게 남쪽에서 북쪽으로, 즉 지상에서 천상으로 거슬러 흐르는 지점이 바라나시이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천상으로 가는 길목인 바라나시의 강가로 몰려들어 화장되길 소원한다. 윤회를 멈추고 천상으로 가기 위해.

여기서 화장은 단순히 시신의 소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생의 육신에 갇힌 아뜨만이란 불멸의 영혼이, 고도의 수행자인 경우엔 숨결이 다하기 직전에 자력으로 육신을 벗어나 다음 생으로 옮겨가겠지만, 우매한 중생은 그러지 못하는 것을 문제로 여겼었다. 그래서 임종 후에도 육신에 갇혀있는 아뜨만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어 타력으로라도 빠져나오도록 한 것이 화장인 셈이다. ‘앗 뜨거!’ 하며. 강가 화장장에서 간혹 슬쩍 그을리기만 한 시신을 강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것도 그들로선 화장의 소임을 다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비란 말은 불태운다는 의미의 빠알리어 ‘쟈삐따(jhāpita)’를 소리옮김한 것인데, 주로 불교식 화장을 가리킬 때 쓰이는 용어이다. 그런데 다비를 할 때의 몇몇 인식들은 불교 이전의 브라만교적인 습속이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여느 스님의 다비식 때 점화하며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고 했다가는 뒤편에 점잖게 계시던 큰스님에게 호통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례는 삶을 영위하는 지혜가 아니라 삶을 마감하는 지혜이며, 선조와 후손이 차원을 달리한 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이어주는 지혜이다. 그러니 삶의 지혜일 뿐 해탈의 지혜는 아닌 셈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당신의 다비 때 제자들은 신경 쓰지 말고 수행에 몰두하라 하셨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다비의 수습품인 사리(舍利, śarīra)는 더더욱 수행제자들이 신경 쓸 몫이 아니었기에 부처님의 사리를 나눠간 것은 여덟 부족들일 뿐 수행제자 그 누구도 사리를 나눠받아 사리탑을 건립했다는 말은 없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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