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 목축문화의 그림자

기자명 고용석

동물 가축화, 인간의식 축소로 이어져

가축화되면서 사물형태로 축소
윌터틀 박사, 목축혁명 주장해
현대 자본주의·폭력·경쟁 또한
목축문화로 유입된 가치·관습

인간과 동물의 구분이 없고 상호간의 의사소통도 가능하던 시절이 있었다. 갓난아기에게 동물인형을 갖고 놀게 하고 동물들의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은 그 시절의 소통능력을 일깨우려는 우리의 바람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조인류학의 창시자 레비스트로스는 인간들 간의 단절은 앞서 인간과 다른 동물들 간의 단절에서 비롯된 결과이거나 그런 단절의 한 특례, 즉 육식은 채식의 특수한 사례라고 말한다. 

‘월드피스 다이어트’의 저자 윌 터틀 박사는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목축혁명을 소개한다. 이 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느리고 강력한 혁명이었다. 인간이 동물들을 신비에서 물건으로 보게 됨으로써 인간의 의식이 축소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1만 년 전 문명의 발생지인 현재의 이라크 북동부지역에서 인류는 최초로 양을 가축화하기 시작했고 염소, 소, 말 등이 차례로 가축화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신성하고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왔던 생명체는 오랜 기간을 통해 사물의 형태로 축소되기 시작한다. 젖과 생식에 관련되다보니 암컷이 먼저 축소되고 모든 가축이 그 뒤를 따른다. 신성하게 여겨졌던 야생동물도 가축을 노리는 유해동물로 축소된다. 가축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되고 인간도 덩달아 축소된다. 암컷과 새끼가 먼저 축소되듯 여성과 아동이 빠르게 축소된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이 가축화가 인간의 사고와 생활방식 나아가 억압문화의 특징이 심리적으로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도유럽어족의 조상인 유목민 쿠르간족의 기원전 4300~2800년에 걸친 3차례의 대이동은 유목부족이 서구사회의 새로운 정복자로 등장하고 곳곳의 정복지에서 자신들의 이념과 생활방식을 강제하는 계기가 된다. 인도의 아리안족, 비옥한 초생달 지대의 히타이트와 미타니족, 아나톨리아의 루위족, 그리스의 아케이아족, 나중에 동참한 도위스족과 셈족까지 모두 쿠르간족 대이동의 하나였다. 

기원전 3000년 전 인류 최초의 역사적 기록물에는 공통적으로 억압적 가부장제와 사유재산, 부와 자본으로 대표되는 지배계급이 등장한다. 자본이란 단어는 소와 양의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 ‘카파타’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인류사회에 2가지 제도가 잇달아 발생되는데 하나는 전쟁이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전쟁을 가리키는 ‘가비아’는 더 많은 소를 가지려는 욕망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노예화다. 전쟁에 승리한 자는 상대편의 가축을 소유하고 사람들을 노예로 삼는다. 이렇듯 가축화가 가져온 축소와 환원주의 혁명은 전 세계로 퍼져 현재 인류사회의 주류로 자리한 지배적 위계구조를 낳고 현재진행중이다. 

근대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의 경제적 토대와 심리적 기틀도 목축문화에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주목할 것은 폭력투쟁, 계급 간 반목, 여성억압과 경쟁은 인간본연의 특징이 아니고 목축문화와 함께 우리에게 유입된 가치와 관습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목축문화는 오늘날 제도와 기술에 제 모습을 감추며 광범위한 파괴력을 미치고 있다. 언론매체, 정부, 식품산업, 의료, 법률, 영양학계, 교육 등 모든 기관이 목축문화의 내면화에 동원된다. 특히 공장식 축산은 자본주의가 도덕적 사회적 규제가 없는 곳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밥상이 선택한 현대판 홀로코스트이자 지옥의 현장이다. 혹자는 공장식 축산을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이며 역사상 일어난 모든 전쟁이 만들어낸 비극을 다 합한 것보다 크다고 한다.

정의는 훗날로 미루어지는 법이 없다.  동물과 자연에 저지르는 폭력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배가되어 돌아온다. 목축문화의 그림자는 이 인과관계의 직시를 차단하고 근본적으로 우리를 무력하게 한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81호 / 2019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