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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과 삼계화택

기자명 심원 스님

희뿌연 미세먼지로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삼월 중순의 대한민국이, 속칭 ‘버닝썬 게이트’로 뜨겁게 불타고 있다. ‘~ 게이트’로 불릴 만큼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이 사건은, 강남의 한 클럽에서 일어난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폭행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지난해 11월, 일렉트로니카 클럽인 버닝썬에서 클럽 이사와 보안요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김모씨가 “버닝썬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성폭력이 일어나는 데도 경찰이 비호하고 있다”고 언론에 폭로한 것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사건 초기에는 ‘취객 난동’으로 치부될 뻔 했으나, 유명 아이돌 그룹인 빅뱅의 멤버 승리가 버닝썬의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다. 결국 클럽 버닝썬은 2월16일 폐업하고 문을 닫았으나 ‘승리 봐주기’라는 여론에 밀려 뒤늦게 수사가 시작되었고, 이에 따라 경찰과의 유착관계, 성접대 의혹, 미성년자 성매매, 물뽕 복용, 마약판매 혐의 등 온갖 유형의 범죄들이 종합세트로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승리가 가입된 단체 카톡방이 공개되자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특히 정준영이 올린 불법 촬영 영상이 단톡방에서 공유되고 유포되었다는 사실은 듣는 이들을 아연실색케 했고, 고위급 경찰에 대한 카톡의 언급은 경찰간부 연루설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이에 3월5일, 이낙연 총리는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엄중하게 경고했고, 18일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클럽 버닝썬과 권력 유착 의혹에 대해 성역을 가리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가히 ‘버닝썬 게이트’라 하여도 손색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이 나름의 진단을 하고 있는데,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인기를 얻고 돈을 벌면서 연예 권력에 취해 법과 사회적 규범을 무시한 것이 추락 요인이다. 도덕적 불감증과 특권의식 그리고 이들을 제왕적으로 떠받들며 교만한 괴물로 만든 사회와 방송사의 책임이 있다”는 등이 그것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이는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의 저자 주원규이다. 목사이자 작가인 그는 가출청소년들로 인해 강남의 클럽을 탐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년 전 가출 청소년 쉼터에서 글쓰기 지도를 하다가,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 대다수의 꿈이 강남 클럽에서 일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됐고,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2016년 강남에 잠입하였다. 그는 6개월간 콜카 운전자나 주류 배달원으로 생활하면서 강남클럽의 적나라한 모습을 목격하였으며, 이런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버닝썬 게이트를 반영한 듯한 ‘메이드 인 강남’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가 한 일간지 칼럼에서 ‘버닝썬 게이트의 본질은 단순하다’고 말한다. 본질은 천민 자본주의와 비열한 성공에 대한 열망이 부른 인간성 상실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공감한다. 그러나 굳이 부연하자면 본질은 단순하지만 ‘해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효 스님은 ‘발심수행장’에서 “중생들이 불난 집 속에서 윤회하게 되는 것은 한량없는 세상에서 탐욕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다. 무시겁래로 이어져 온 중생의 속성인 탐진치를 벗어나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이겠는가? 그래서 삼계가 불타는 집[三界火宅]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늘도 주체하지 못하는 탐욕과 어리석음에 끌려 화택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버닝썬 게이트의 주인공 승리는 서른도 되기 전에 명성과 돈을 거머쥐면서 ‘위대한 승츠비’라는 별명을 얻고,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만약 제2, 제3의 승츠비를 꿈꾸며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뒤를 잇고, 또 사회가 그것을 부추기고 묵인한다면, 오늘의 ‘버닝썬 게이트’는 무대와 이름만 달리한 또 다른 버전으로 펼쳐질 것이다. 탐욕을 덜어내고 잘못된 의식들을 바로잡아 지혜를 밝히는 자기수행이 없다면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불타는 태양 Burning Sun’과 ‘불타는 집 火宅’, 아마도 버닝썬은 삼계화택의 한 장면인 듯하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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