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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걸음이 훗날의 역사다

기자명 희유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9.03.25 16:31
  • 수정 2019.03.25 16:32
  • 호수 1482
  • 댓글 0

초발심 변하지 않길 기원하며
처음 내 모습과 마음 되돌아 봐
훗날 고스란히 남은 자취 보며
부끄럽지 않는 삶 되길 염원

얼마 전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으로 노인복지관 최고관리자 역량강화 연수를 다녀왔다. 많은 복지관의 관장님들이 변화하는 노인복지정책에 관한 열띤 토론을 펼친 알찬 시간들이었다. 서울의 바쁜 일상을 벗어나 모처럼 한국문화연수원과 마곡사에서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산사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힐링의 시간을 갖고 재충전도 할 수 있었다. 늘 바쁘게 서울 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은 이런 산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하여 이리 바쁘게 사는 것, 정작 중요한 것, 바쁜 것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숨 가쁘게 달리기만 있는 것은 아닌가 뒤돌아본다. 평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분주함이 이렇게 산사를 방문할 때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노인복지라는 평범한 일상에 자비실천이라는 색깔을 입혀 조금은 특별한 날들로 채워가는 나로서는 이런 기회들이 수행자임을 느끼고 다시 깨어나게 하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때로는 노인복지실천현장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다는 자기합리화 뒤에서 조금은 나태해지는 것은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그럴 때면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스승이 되어준다.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에 대해 한 수 배운다. 

며칠 전 센터의 동아리 어르신들과 함께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다녀왔다. 앞서간 선배시민의 발자취를 따라서 지난 100년의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지난 100년의 역사는 지금 우리 곁에 계신 어르신들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정부수립 이후 100년의 시간 속에는 우리 어르신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었다. 이 어르신들이 살아온 순간, 순간이 곧 역사였다. 

지금 나의 발자취가 먼 훗날 역사가 되어간다는 점을 느끼면서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진실되게 살아야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 값진 시간들이다. 출가수행자로 살아가는 현재의 내 모습이 먼훗날 수행자들의 발자취가 된다는 것에 가슴 뜨끔한 하루를 보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실천하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또한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강원 치문반 때 배운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 하지 말고. 부처님의 행이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글을 되새긴다. 처음 이글을 접했을 때는 ‘정녕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처음 발심하였을 때의 그 마음이 변치 않으면 깨달음을 이룬다고 했는데, 과연 지금의 나는 그리 살고 있는지 돌아보며 앞으로 삶을 채찍한다. 훗날 나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이되기를 염원하면서.

희유 스님

오늘도 부처님이 말씀하신 ‘별역잡아함경’에 나오는 ‘착하게 말하는 것이 제일이니 이는 곧 성인의 말이로다. 험담하지 않고 사랑으로 말하는 것이 다음이고, 거짓 없이 진실한 말이 세 번째이다’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다짐한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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