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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가톨릭의 성흔-상

기자명 이제열

“가톨릭 성흔 발현은 과연 기적일까”

성흔은 가톨릭교 독특한 현상
13세기 프란치스코부터 시작
몸에 예수와 유사한 상처 생겨
근래도 신앙 깊은 이에게 발생

성당에 다니는 지인이 있었다. 가톨릭 신앙심이 깊었던 그는 내게 자신의 종교에 대해 자주 얘기를 했고 성흔(聖痕)이 있다는 것도 그때 들었다. 나는 본래 종교적 신비체험이나 기적현상을 잘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가톨릭의 성흔 현상이 어떤 원리에서 작동하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연히 불교 시각에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고민했다.

성흔은 가톨릭의 성인(聖人) 제도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통 성인이라고 하면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공자처럼 인류사에 영향을 끼친 위대한 인물을 지칭하지만 가톨릭에서 말하는 성인은 이와는 다르다. 가톨릭 신앙에 입각해 영웅적인 행위를 한 사람에게 성인이라는 호칭을 붙인다. 즉 교회를 위해 뛰어난 업적을 쌓은 자, 가르침을 전파하다 순교한 자, 가톨릭 교인으로서 거룩한 삶을 살다간 자 등을 교황청에서 평가해 시성을 하게 되면 성인의 지위에 오른다. 불교에서 번뇌를 끊어 성문이나 연각이나 보살이나 부처의 경지에 오른 자를 성인이라 부르는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가톨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성 프란치스코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가톨릭의 수사이자 뛰어난 설교가였다. 특이한 것은 그가 가톨릭교회의 여러 기적적인 사건 가운데 최초로 성흔을 보였다는 데 있다. 성흔이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할 때 받은 상처가 후에 신앙심이 깊은 신자들에게 재현되는 것을 일컫는다. 프란치스코는 이러한 성흔 현상을 최초로 보인 사람이다. 그의 신앙심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받았던 상처가 자신의 몸에 나타났을 만큼 매우 깊었다. 1224년 프란치스코가 성 미카엘 대천사 축일(9월29일)을 준비하기 위해 8월15일부터 9월28일까지 40일 동안 베르나 산에서 단식기도를 하던 중 빛으로 장엄한 천사를 만났다고 한다. 그 결과 그의 양손과 양발 그리고 옆구리에 성흔이 생기게 된다.

가톨릭 기록에 의하면 그 당시 프란치스코와 함께 있었던 레오 수사는 당시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을 남겼다.

‘갑자기 그는 하늘로부터 찬란하고 불타는 여섯 개의 날개를 가진 천사 세라핌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 천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와 같은 오상(五傷: 예수가 사형 당할 때 받은 다섯 군데의 상처)을 가졌는데, 그 오상을 프란치스코에 전해 주었다.’

이렇게 오상을 받은 프란치스코의 두 손 바닥과 발등에는 못 자국이 선명했으며 옆구리에는 창으로 찔린 흔적이 역력했다. 놀랍게도 발등에서는 피가 흐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러한 성흔을 받고 난 후 프란치스코의 건강은 급속히 나빠졌다. 눈은 반쯤 멀었고 심한 병까지 얻게 되었다. 결국 그는 포르치운쿨라라는 시골의 작은 오두막으로 돌아와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신비하게도 프란치스코가 죽은 후 그의 영향을 받아 가톨릭교회에서는 성흔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려 수백 명이 성흔을 보여 주변을 놀라게 하였다. 가까운 시대인 1962년 바이에른의 테레제 노이만이라는 수녀에게도 성흔이 발현됐다. 그녀의 성흔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손과 발에 못자국만 나타났다거나 피가 흘렀다는 점 외에도 손과 발에서 딱딱한 못 모양의 피부 조직이 생겨났다. 또 1968년 이탈리아의 파드레 피오라는 사람은 옆구리에 창으로 찔린 모양의 상처가 생기자 가톨릭교회에서 이를 조사했다. 그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던지 그것을 조사하는 의사가 그의 내장이 손상 될까봐 극도의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일반인들로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가톨릭 신앙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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