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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임정 요인 백범‧김상덕‧장준하의 화계사 방문

기자명 이병두

백범 마음울타리 되어준 마곡사·신륵사

마곡사서 하은 스님 은사로 출가
1946년 임정 요인들과 기념식수
화계사 방문연유 알려지지 않아
손병희 참배 후 들렀을 것 추정

1946년 겨울 화계사를 찾은 백범 일행.
1946년 겨울 화계사를 찾은 백범 일행.

100년 전인 1919년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출범해 중일전쟁 악화에 따라 충칭(重慶) 등으로 옮겨 다니며 민족의 숨을 이어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이하에서는 백범)는 23살이던 1898년 충남 마곡사에서 하은(荷隱) 스님을 은사로 출가, 원종(圓宗) 스님이 되어 수행자 생활을 하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해방 뒤 고국에 돌아와 마곡사와 여주 신륵사 등을 방문한 기념사진이 남아 있다. 1947년 9월23일에 신륵사를 찾은 것은 3‧1운동에 대중들이 적극 참여했던 데 대한 보은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마곡사에 대해서는 더 각별한 마음을 드러낸다. 귀국한 뒤 바로 “가장 인상 깊고 신세진 곳이 마곡사”라는 말을 했고, ‘백범일지’에 “사제 호덕삼이 머리털을 깎는 칼을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진언을 쏭알쏭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뚝 떨어졌다. 이미 결심을 했지만 머리털과 눈물이 뚝 떨어졌다”며 출가 당시의 심경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1946년 봄 이시영(정부 수립 후 초대 부통령) 등 임정 요인들과 마곡사를 찾아와 자신이 머물던 심검당(이제는 백범당으로 이름을 바꿈) 옆에 향나무를 심으며 ‘출가 생활을 함께 하던 수행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데 대한’ 섭섭한 마음을 보이기도 하고, ‘백범일지’에 “해방 후 마곡사를 찾았을 때 … 48년 전에 머리에 굴갓을 쓰고, 목에 염주를 걸고 출입하던 일이 예와 같거니와 대웅전에 걸린 주련도 옛날 그대로였다”는 감회를 담아낸다.

마곡사와 신륵사는 이러한 인연으로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1946년 겨울에 서울 화계사를 방문한 이 사진은 무슨 연유였을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앞줄 맨 오른쪽에는 정부 수립 뒤에 반민특위 위원장이 되는 김상덕이 당당하게 서 있고, 바로 옆이 백범 그리고 백범 뒤 왼쪽에 안경 쓴 사람이 훗날에 ‘사상계’를 창간하게 되는 장준하, 맨 뒷줄에는 경호 담당으로 보이는 경찰관과 스님 한 분이 있다.

그런데 이 사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게 슬프다. 백범은 안두희의 총알에 시해(弑害)당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착과 국민의 자유’를 실현하려 애쓰던 장준하는 유신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1975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늘 당당하고 의연했던 김상덕은 반민특위 위원장이 되어 친일잔재 청산을 주도하며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 노심초사하다가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특위가 와해된 뒤 울분을 삭이며 지내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납북되는 불운을 겪는다.

혹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화계사의 독립운동 관련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백범과 김상덕‧장준하 등 임정 관계자들이 ‘3‧1운동을 주도했던 천도교 교주 의암 손병희의 묘소에 참배하러 왔던 길에 들렀을 것’이라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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