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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생명과 산업의 충돌

기자명 고용석

육식, 고통의 쳇바퀴 채식전환 절실

음식은 문화체계 속에서 전달
현대인 육식문화 당연한 이유
폭력과 정신분열도 음식 영향

우리는 문화체계에 배태되어 있고 문화에 의해 형성되고 제약받는다. 음식은 그 문화의 가치와 전제들을 세대로 전달한다. 문화를 아는 것은 곧 자신을 아는 것이다. 특히 고기 먹는 것은 문화에 의해 어릴 적부터 부모와 사회로부터 강요당한다. 원래 그런 것이라 여기며 성장한다. 육식은 묻고 이의제기가 어려운 일종의 문화적 금기였다. 이 금기야말로 인간잠재력을 억압하는 문화적 제약의 환상의 틀이다.

주목할 것은 최근 70년 간 음식과 식습관의 변화이다. 이 변화는 이전 만년의 느린 변화에 익숙한 우리의 몸과 유전자에도 엄청난 충격을 주는 변화이다. 한마디로 생명과 산업의 충돌이다. 소고기와 햄버거 등 음식을 산업화한 결과 매년 1만7000개의 새로운 식품이 시장에 등장한다. 육류와 정제가공식품이 범람하고 종의 다양성도 획일화된다. 식용으로 3000가지의 동‧식물종이 널리 쓰여 왔는데 오늘날은 소수 품종만이 재배된다. 저비용 대량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세계의 식품정책은 싼 가격에 대량의 칼로리를 공급하는 데 있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라는 환원주의적 사고를 진보라고 여기며 토양의 복잡함도 질소‧인‧칼륨으로 환원한 결과 예전에 1개의 사과가 갖던 철분을 얻으려면 이제 사과 3개를 먹어야 한다. 영양학과 의학도 사람을 하루에 철분 몇 g을 반드시 섭취해야하는 단순한 물질적 존재로 환원한다. 비만이면서 영양부족이 흔한 이유이다.

이러한 영양불균형은 심인성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정신질환과 문제행동, 범죄까지도 야기한다. 이미 1977년 미국상원 영양문제특별위원회는 성인병은 물론 폭력과 정신분열증이 잘못된 식생활과 영양불균형에 기인하며 정신의학자 마이클레서 박사는 신경증 환자의 85% 정신분열증 환자의 67%, 우울증의 95%가 음식이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설사 순수한 심인성이더라도 최적의 영양공급은 그 질환이 발현되지 않게 하거나 미약한 수준에 그치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동물성 음식을 둘러싼 거대한 고통과 죽음의 쳇바퀴다. 연간 700억 마리의 동물이 도살되고 세계 농지의 80%와 물의 70%가 축산용이다. 세계식량의 50%가 가축사료로 투입되면서 10억 명은 배고파 죽어가고 16억 명은 배불러 죽어간다. 식재료로 쓰이는 동물의 고통, 그 고기를 먹고 아프고 먹도록 부추겨야만 돌아가는 인간사회의 고통, 동물들을 먹이는 곡물로 충분히 배부를 수 있는 굶주린 사람들의 고통, 생태계의 생물종들과 다음 세대에 무의식적으로 가해지는 고통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뿌리는 대로 거둔다 하지 않았는가.  

만약 동물성 음식을 먹을 때 마음을 다해 깊이 들여다보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거대한 고통과 죽음의 쳇바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의도적으로 온전한 정신으로 깊이 들여다보는 것을 거부한다. 이와 같은 식사에 대한 회피와 부정의 관습은 우리 삶의 공적 사적 영역 전체에 널리 퍼져있다. 

그렇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과 죄의식으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피와 부정의 관습은 우리가 먹는 폭력을 감추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태계파괴‧소비지상주의‧여성억압‧인종차별‧약물중독 등과 같은 폭력을 행사하도록 투사한다.

음식의 잠재력을 파괴적으로 사용한 어느 문명도 기후변화와 생태계파괴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현재의 지속가능성 위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석학들은 인류문명이 이번 세대에 유쾌한 방법이던 불유쾌한 방법이던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육식은 우리 문화 최대의 그림자다. 이 그림자야말로 우리가 처한 지속가능성과 문화적 곤경의 근본 원인이다. 비건(완전채식)은 문화적 제약의 환상의 틀을 뛰어넘는 영적 자각이자 숨겨진 삶의 온전성을 펼쳐가는 중대한 시작이다. 거대한 문화의 전환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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