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헤미스 사원
6. 헤미스 사원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9.03.26 09:40
  • 호수 14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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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함·규모 보여주는 인도불교 대표 건축

리틀 티베트라는 라다크에 소재
사원 모습은 실제 티베트로 착각
현재는 카규파가 사원 총괄 관리
예수가 방문해 공부한 곳 알려져
인도에서도 가장 큰 불교사원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헤미스사원의 내부.

인도 라다크(Ladakh) 지역에 위치한 헤미스(Hemis) 사원은 거대한 땅 인도 전체에서도 가장 큰 불교 사원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 사원은 규모뿐만 아니라 사원 건축 양식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으로 인도 불교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사원으로 여겨진다.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주에서 가장 높은 고원 지역에 자리 잡은 라다크는 ‘리틀 티베트’라는 별명으로 불려지고 있는데 이는 이곳 라다크가 티베트와 풍경이나 문화에서 많은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라다크의 가장 큰 도시인 레(Leh)에는 히말라야산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려는 여행자들이 일 년 내내 넘쳐난다. 이 수도 레에서 남쪽으로 49km 떨어진 곳에 바로 이 헤미스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히말라야산맥이 헤미스 사원의 뒷자락을 마치 병풍처럼 장식하며 넓게 펼쳐져 있으며 그 앞에 가파르게 솟아오른 언덕 위에 마치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헤미스 사원의 모습은 실제로 마치 여기가 인도가 아니라 티베트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구루 린포체(Guru Rinpoche)는 이곳 헤미스 사원을 대표하며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인도에서 가장 큰 불교 축제를 주관하고 있다. 티베트 왕국 왕가의 혈통을 이어받은 우다야나 왕국의 파드마삼바바 왕자는 구루 린포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티베트와 주변 지역에 대승불교를 정착시켰다. 왕자로 태어난 구루 린포체는 그가 태어났을 때 손바닥과 발바닥이 밝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는데 이런 이유로 ‘붉은 연꽃에서 태어난’이라는 의미의 ‘파드마삼바바’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헤미스 사원은 예수가 방문해 한동안 공부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1887년 티베트 출신 한 스님은 스리 이샤(Sri Isha, 카슈미르 지역에서 불리던 예수의 이름)의 일생과 그의 여행에 관한 기록이 담긴 문서를 발견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예수는 12세부터 28세가 되던 해까지 인도에 머물며 공부를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헤미스 사원은 티베트의 유명한 ‘붉은 모자’ 종파의 중심지로 여겨지고 있으며 라다크에 있는 모든 불교 사원들을 행정적으로 관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갓 입문한 젊은 라마승들이 수행을 쌓고 경전을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다.

헤미스 사원이 정확히 몇 년도에 건축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사원이 건축된 것이 아주 오래전이라는 사실에는 모든 전문가가 동의한다. 탄트릭 불교의 대가로 여겨지는 요기 틸로파(Tilopa)가 지도하는 학생 중, 틸로파가 자신의 최고 수제자라 꼽던 나로파는 카르마파 카규파 종파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는 터키와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고 난 후 무슬림들로부터 도망쳐 나오며 12세기 초반 나란다불교대학에 몸을 담게 됐고 더욱더 불교에 심취하게 됐다고 전한다. 헤미스 사원과 카르마파 카규파 종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함께 불교의 정착과 확장을 위해 일 해왔다. 또한 라다크 왕실은 헤미스 사원에 호의적이어서 헤미스 사원은 왕실의 불교 교육과 수행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17세기 드룩파 카규파 종파가 종교뿐 아니라 정치적인 입지를 넓게 확장시켜 나가며 라다크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카르마파 카규파 종파를 밀어내고 라다크 지역 전역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 정치적 변화는 그 당시 ‘위대한 완벽함’으로 불리던 스탁젠 라스파 나왕 갸쬬(Stagsen Raspa Nawang Gyatso)가 당시 라다크를 지배하던 잠양 남걀(Jamyang Namgyal) 왕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명성 높았던 스탁젠 라스파 나왕 갸쬬가 라다크의 잔스카 마을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잠양 남걀 왕은 그를 왕실로 초대했으나, 이때는 만나지 못했다. 

완벽한 수행을 쌓고 풍요로운 지식을 가진 스탁젠을 그토록 만나보고 싶어했던 잠양 남걀 왕의 소망은 라다크 왕국이 황금의 전성기를 펼칠 수 있게 했던 왕의 아들 센게 남걀(Senge Namgyal)에 의해 성취됐다. 잠양 남걀 왕의 뒤를 이어 왕좌를 이어받은 센게 남걀 왕은 스탁젠 라스파 나왕 가쬬를 왕실에서 가장 높은 직위의 참모로 임명했고 스탁젠의 탁월한 두뇌와 불교에 입각한 윤리적으로 올바른 판단력 덕분에 라다크 왕국은 국내 정치적으로나 외교 문제에 있어서 역사 내의 그 어느 시대보다 다방면에서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주요 법회가 열리는 헤미스 사원 내 두강 첸모 강당 중앙에 위치한 석가모니 상.

12세기 걀왕 드룩파(Gyalwang Drugpa)는 현재 드룩파 카규파 종파에 합쳐져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이 드룩파 카규파 종파는 현재 헤미스 사원을 총괄해 이끌어나가고 있다. 헤미스 사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교 교육은 밀교(혹은 바즈라야냐)의 한 종파이자 탄트릭 불교에 입각한 종파에 의해 교육이 행해지고 있다. 

헤미스 사원은 눈표범의 서식지로 유명한 헤미스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보통 지역 이름을 따서 사원의 이름이 정해지는 게 흔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유명한 헤미스 사원 이름을 가져와 국립공원에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산들과 굽실굽실한 언덕은 사원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주는 배경임이 분명하다. 

사원 건물은 전형적인 티베트 불교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인상적인 건물들로 사방이 둘러싸인 마당을 보게 될 것이다. 사원의 헤미스 사원 내에서도 건축이 가장 오래전에 이루어진 곳은 정문 앞마당의 뒤로 위치한 ‘느잉마 라캉(Nyingma Lhakang)’이라고 이름 붙여진 작은 사원인데 이 이층 건물의 라캉 사원은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들이 경전을 읊기 위해 모이는 곳이다. 

발걸음을 재촉해 사원 내를 탐험해 나가면 헤미스 사원에서 주요 법회가 이루어지는 곳인 두캉 첸모 (Dukhang Chenmo)강당도 발견하게 된다. 헤미스 사원의 심장부라고 여겨지는 이곳은 라마 불교 전통 특유의 이국적인 행사와 의식들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강당 내부에는 타라와 스탁젠 라스파 나왕 가쬬의 거대한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강당의 중앙에는 거대한 석가모니 상이 자리 잡고 있다.  

두강 첸모보다 다소 규모가 작은 투캉 바르파(Dukhang Barpa) 강당은 본격적으로 사원 내부로 들어가는 방문객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불교 벽화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왔음에도 불구하고 벽화의 보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탕카라고 불리는 티베트 불교 미술을 잘 표현한 예술품들이 이곳저곳을 장식하고 있다. 또 불상들을 보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금박이 입혀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원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마당은 헤미스 사원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축제를 찾는 수많은 불자들과 관광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6월과 7월에 열리는 이 축제에는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해 형형색색의 티베트 불교 행사를 즐긴다. 티베트 전통 음악에 맞추어 추는 춤은 파드마삼바바에 바치는 의식으로, 이 의식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생명체에 불교적 깊이와 힘을 더해준다고 믿고 있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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