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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에 대한 참회 없이 한‧일 관계에 미래 없다”

  • 사람들
  • 입력 2019.03.27 17:51
  • 수정 2019.03.27 18:17
  • 호수 1482
  • 댓글 1

군산시 명예시민된 이치노헤 쇼코 스님

이치노헤 쇼코 스님.

일본 조동종 운상사 주지 이치노헤 쇼코 스님이 군산시 명예시민이 됐다. 일본인, 특히 스님으로서는 첫 사례다. 일제강점기 아픈 과거사에 대한 참회를 기반으로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힘써온 데 대한 공로다.

3월26일 서울 불교환경연대 그린담마홀에서 만난 이치노헤 쇼코 스님은 “한국과 일본 간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시기임에도 일본인인 내가 한국 군산의 명예시민이 된 것은 대단히 뜻깊고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스님은 전날 군산시장이 전달한 명예시민증을 공개하며 과거사 진실 규명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다짐했다.

사실 스님은 이미 한국 불교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사다. 한국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 스님)를 지원하는 모임 동지회의 회장 소임을 맡아, 일제강점기 과거사에 대한 진실 규명과 참회를 통해 한일 양국간 관계회복에 앞장서 온 남다른 행보 덕분이다.

이치노헤 스님은 2012년 과거 일본의 조선 침탈 행위를 참회하며 동국사 경내에 참회와 사죄의 글을 담은 ‘참사문비’를 제막한데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도 힘을 보탰다.

2011년부터 일본 옥션 등 경매시장을 통해 일제강점기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사료 등을 확보해 동국사 등에 기증함으로써 과거사 진실 규명을 위한 연구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치노헤 스님이 8년간 한국으로 보낸 사료만 어림잡아 500여점 상당. 이 중에는 과거 혼란했던 시기 일본에 의해 약탈됐으리라 추측되는 문화재급 유물도 포함돼 있다.

스님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불교가 조선총독부를 도와 한국 침탈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연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님은 이를 입증하는 과정이 한국불교사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치노헤 쇼코 스님.

일본인으로써는 쉽지 않은 행보다. 실제 일본에는 스님의 활동을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도 많다. 그럼에도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인이라면 잘못에 대한 참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은 참회의 유일한 방법이자 불법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단언했다. 스님에 따르면 인간이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바르게 보고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은 지혜와 자비이며, 이 지혜와 자비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참회다. 때문에 불교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진정한 참회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1992년 일본 조동종이 이례적으로 참사문을 공식 발표한 것도 스님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조동종은 참사문을 통해 “과거 일본의 압정에 시달렸던 아시아인들에게 깊이 사죄하며 권력에 가담해 가해자의 편에 서서 개교(開敎)이 임했던 조동종의 해외 전도의 잘못을 마음 깊이 사죄한다”며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고 공표했다. 참사문은 한글로 번역돼 일본어 원문과 함께 동국사 참사문비에 오롯이 새겨졌다.

이치노헤 스님은 한일 양국정부 간 관계 역시 ‘참회’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확신했다. 스님은 “아베 정부는 언제나 미래 지향을 강조하지만 정작 밝은 미래는 과거를 알고 배우는데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며 “지금처럼 과거를 지우고 덮으려 해서는 아베 정부가 지향하는 밝은 미래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5월에는 동국사 지척에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이 문을 연다. 이 곳에는 이치노헤 스님이 그동안 동국사 등에 기증한 사료와 유물들이 이전 전시될 예정이다.

이치노헤 스님은 “군산시 명예시민증과 군산역사관의 개관은 그동안의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값진 격려”라며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83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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