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관장 송하 스님)이 나한과 불교공예를 주제로 2019년 첫 테마전을 갖는다. 4월2일부터 7월31일까지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테마전은 ‘나들이 나온 나한’과 ‘불심의 향연’으로 보물 4건을 포함해 총 35건 69점의 성보문화재가 전시된다.
‘나들이 나온 나한’에서는 호국정신이 깃든 천년고찰 여수 흥국사 응진당에 봉안됐던 석가모니 삼존불을 비롯해 십육나한상, 십육나한도를 볼 수 있다. ‘나한’은 아라한(arhat)이라는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한 것으로 응공(應供), 살적(殺賊)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나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수행 끝에 궁극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경전에는 다양한 신통력을 지니고 있으며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들이 현세에 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수 흥국사는 1196년(고려 명종26)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으며, 조선 후기에는 의승수군의 중심지였다. 흥국사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응진당에는 삼존불, 십육나한 및 권속 등 총 27존의 조각상과 7폭의 그림이 봉안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석가모니 삼존불과 십육나한상은 1655년 조각승인 인균 스님에 의해 조성됐다. 인균 스님은 17세기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조각승으로 개성 넘치는 나한상 여러 점이 전해지고 있다. 십육나한도는 1723년에 화승 의겸 스님이 그린 것으로 자유로운 존상 자세와 짜임새 있는 배치, 새로운 도상의 수용, 수묵화기법의 활용 등 조선 후기 십육나한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불심의 향연’에서는 다양한 불교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불교공예는 사찰에서 수행과 신행을 위해 쓰이던 많은 기물들을 말하며, 목적과 기능에 따라 크게 의식구(儀式具), 공양구(供養具), 장엄구(莊嚴具) 등으로 분류된다. 이와 같은 불교공예품은 의식을 통해 불·보살과 교류할 수 있는 상징적이고 기능적인 매개체이면서 예배자가 불·보살을 장식하고 공양·예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성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인각사 공양구는 인각사 묘탑 출토 공양구는 2008년 발굴조사 중 승탑지에서 출토됐다. 병향로와 정병, 향합, 이중합, 금고 등과 금동가릉빈가상이 발견돼 통일신라시대 공예사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게 했다. 출토지가 명확하고,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으며, 그 자체로도 뛰어난 조형성과 섬세한 기법을 자랑한다. 이러한 연유로 문화재청은 지난 2월 인각사 공양구를 일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와 함께 ‘불심의 향연’에서는 기증받은 유물 중 일부를 특별 공개한다. 스님들이 수행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용품을 비롯해 총무원장이신 원행 스님이 기증한 달항아리도 전시된다.
불교중앙박물관은 “나한과 불교공예를 주제로 한 테마전을 통해 나한신앙의 의미를 이해하는 계기는 물론 다양한 불교공예품의 쓰임과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 기증 유물의 공개가 기증자들의 뜻을 기리고 기증문화가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