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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명정 스님, 28일 영결·다비식 봉행

  • 교계
  • 입력 2019.03.29 13:43
  • 수정 2019.03.29 19:20
  • 호수 1483
  • 댓글 0

세수 77세, 법랍 60세
은사 경봉 스님 20년 시봉
스승 가르침 전법에 매진
3월28일 극락암서 영결
통도사 연화대서 다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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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선사여, 부디 잘 가요. 도솔천에 오르면 경봉, 고봉 노사 계실 터이니 우린 또 거기서 만나요.”

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 스님은 영결사 끝에 결국 목이 메었다. 도반을 향한 그리움이 목련 꽃잎에 맺혔다가 차가운 봄바람에 툭 떨어졌다. 영결식 영단의 중앙에 놓인 사진 속 명정 스님은 씽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참석 대중의 눈물이 한가득 찻사발에 담긴 진한 녹차에 녹아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명정 스님 영결식.
명정 스님 영결식.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선지식 경봉 스님을 은사로 20년간 시봉하고, 은사 스님이 떠난 후에도 후학들에게 경봉 스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데 매진한 통도사 극락암 극락호국선원장 명정 스님이 3월25일 새벽 원적에 들었다. 28일, 스님이 평생 주석한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에서 ‘영축총림 통도사 고원당 명정 대선사 산중장 영결식’이 봉행됐다. 완연한 봄을 머금은 영축산과 극락암 홍교 옆 만개한 벚꽃이 무색할 만큼 영결식 내내 찬바람이 불었던 이날 법석에는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을 비롯해 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전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 통도사 주지 영배, 동화사 주지 효광,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 등 제방의 대덕 스님 300여 명을 비롯해 사부대중 1500여 명이 동참해 스님의 생전 가르침을 기렸다. 동주, 범철 스님의 집전으로 봉행된 영결식은 명종 5타에 이어 삼귀의례, 청혼, 행장소개, 헌다, 추도입정, 영결사, 추도사, 조사, 헌화, 인사말씀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 스님.
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 스님.

이날 영결식에서 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 스님은 “우리는 동진으로 선문에 들어 선사는 산마를 케어 갈아서 경봉 노사께 공양을 올리고 나는 고봉 노사께 호로병에 곡차를 들고 모셨다”며 “선사의 선기는 거칠지만 순수하여 하늘에 별이 떨어지고 대나무가 터지듯, 문자법사인 내게 제법실상과 본래면목을 깨우쳐 주셨다”고 회상했다.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은 추도사에서 “제방 선원에서 큰스님을 모시고 안거 정진하던 일이 엊그제 같다”며 “일상원각의 도리에 사무친 대선사의 길을 따라, 일상생활에 잘 착안하여 하늘에 활보하며 옛 동산에서 마신 찻값은 꼭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전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
전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

전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도 조사에서 “경봉 큰스님 오도 하시던 날 태어나시고 이번에는 입적하신 49재일이 부처님오신날이신 선사께서는 아마 다음 생에 수좌의 모습으로 환생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생에도 극락세계에 오래 머물지 마시고 속히 사바세계에 오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도 장의위원회 호상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경봉 큰스님을 향한 지극한 효심으로 선의 가르침을 풀어낸 이 시대 선지식”이라고 기렸다. 문도대표 관행 스님은 “스님의 유지를 이어 오롯한 수행과 중생 제도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진불심 극락호국선원 신도회장도 “그토록 드러내지 않으신 당신의 한 소식을 후학들이 알아서 펼치듯 재가불자들 역시 겸허하고 정중한 걸음 옮기도록 할 것”이라고 발원했다.  

법구 이운 행렬.
법구 이운 행렬.

영결식에 이어 스님의 법구는 통도사 연화대까지 이운됐다. 극락암 영결식장의 스산했던 바람은 자취를 감추고 완연한 꽃바람이 이운행렬을 맞이했다. 극락암을 출발해 통도사 중심 도량을 지나 부도전, 무풍한송길을 거쳐 이어 연화대에 이르기까지 1시간20분이 소요됐다. 연화대에 스님의 법구를 봉안한 뒤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연화대 뒤로 잿빛 연기가 솟아 올랐다. 다비식을 끝으로 스님의 법구는 봄날 영축산 곳곳에 핀 진달래 향기를 따라 끝없는 염불성 속에서 지수화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명정 스님은 1943년 12월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났다. 해인사에서 출가한 후 1959년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0년 경봉 스님을 찾아가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다. 이후 1965년 비구계를 수지했다. 20여 년 동안 경봉 스님을 시봉한 스님은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을 맡아 경봉 스님의 생전 가르침을 후학들에게 전하는 데 일생을 보냈다. 평생 선실에서 차를 가까이 했던 경봉 스님의 가르침은 명정 스님에게 다선일여(茶禪一如)의 정신으로 오롯하게 이어졌다.

특히 명정 스님은 한가득 찻잎을 넣은 다관에 미온수를 담아 진하게 녹차를 우려내며 경봉 스님의 일화를 들려주기로 유명했다. 무엇보다 스님은 경봉 스님의 글에 실린 이치를 후학들에게 전하는 출판에도 진력, 경봉 스님의 설법집 ‘법해’와 ‘속 법해’, ‘원광한화’ ‘경봉 스님 말씀’ 등을 비롯해 경봉 스님과 당대 선지식 사이에서 주고받은 서간문을 책으로 엮은 ‘삼소굴 소식’, ‘경봉 대선사 선묵’, 경봉 스님의 일기를 모은 ‘삼소굴 일지’ 경봉 스님의 사진집 ‘향성’ 등의 발간에 힘썼다. 이밖에도 수상집 ‘茶이야기 禪이야기’ 등이 있다. 평생 은사 경봉 스님의 가르침을 후학들에게 전하는 데 매진해 온 명정 스님은 3월25일 오전 5시30분 통도사 극락암 원광재에서 세수 77세, 법랍 60세로 원적에 들었다.

한편 명정 스님의 49재는 3월31일 오전10시 극락암에서 초재를 시작으로 4월7일 2재, 14일 3재, 21일 4재, 28일 5재, 5월5일 6재가 같은 장소에서 봉행된다. 이어 명정 스님의 49재 막재는 스님의 원적 49일이 되는 날이 5월12일 부처님오신날로, 이 날을 피해 하루 당긴 5월11일 오전10시 극락암에서 봉행된다.

양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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