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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 않은 복원

국내 현존 최고이자 최대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이 해체 보수작업 21년 만에 최근 공개됐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작업은 국내 문화재 보수 기간으로는 최장 기록을 세웠고 비용도 숭례문 보수 다음으로 가장 많은 225억원이 투입돼 오랜 기간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보수가 완료된 미륵사지 석탑은 공개되자마자 부실복원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공개 하루 만에 감사원까지 나서 “일관성 없이 축석했다” “석탑 상·하부 내부 형태가 원형과 달라졌다”고 지적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대형 목탑 양쪽에 동탑과 서탑으로 있는 구조였으나 목탑과 동탑은 사라지고 서탑은 일부가 무너져 6층까지만 있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18세기 때만 해도 7층이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언제 어떻게 6층만 남게 됐는지, 원형은 9층이 맞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보수 필요성은 1990년대 들어 본격 제기됐다. 1915년 일제가 무너진 부분에 180t의 콘크리트를 덧씌워 미관상은 물론 안전성에도 큰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2001년 본격적인 해체 정비를 시작해 콘크리트를 정으로 하나하나 깨 걷어내고 약해진 석재들을 다루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2009년 탑 해체 도중 내부에서 1300년 전 봉안된 유물 9900여점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15년부터 재조립에 들어간 석탑은 총 6층 중 1~2층에는 새로운 가공 석재가 쓰여졌고 3~6층에는 옛 석탑의 부재가 재사용됐다. 일부에서는 9층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문화재청은 7층 이상은 고증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추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존하는 탑이 지닌 역사성도 고려해야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원래 부재를 최대한 사용키로 해 재사용률을 81%까지 높였다.

감사원의 ‘일관성 없는 축적’ 지적에 대해 문화재청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은 문화재 복원 방법이 연구·개발되는데 좋은 방법을 놔두고 ‘일관성’이라는 단어에 묶여 옛날 방식을 고수할 수는 없다”며 “문화재 복원 그때 시점에서 최선을 다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시꺼먼 콘크리트 더미 자리에 새 석재들이 쌓였다. 유구한 시간 동안 비바람으로 퇴색된 옛 석재들의 독특한 색감 사이로 새 석재들이 뽀얀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부서지고 무너진 상처 그대로 새 석재와 옛 석재의 묘한 어우러짐도 언젠가는 당시 기술로 보수를 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이 될 것이다.

임은호 기자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는 무엇보다 무리한 보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재 복원사에 기록될 만한 성과다. 미륵사지 석탑을 통해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 보수와 복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개념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부실 복원 논란을 기회로 삼아 해석 주체마다 제각각인 문화재 원형 복원의 개념과 국가 차원의 복원 철학이 세워지길 기대한다.

eunholic@beopbo.com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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