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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정말 아는 경전인가요?

기자명 성원 스님

스님 조상 천도재로 도반 모임
"익숙해도 알수록 두려운 경전”
법담 나누며 스스로 돌아보게 돼

불교대학에서 경전반을 시작하며 ‘반야심경’을 강의하게 되었다. 경전반에서 첫 과목으로 심경을 강의한다니 약간 실망의 눈빛을 보인 사람들이 많았다. ‘반야심경’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그랬다. 사실 경전의 기본적인 구조들을 이해하려 하다 보니 짧은 ‘반야심경’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볍게 시작한 것이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심경을 나름대로 열심히 학습하면서 깜짝 놀랐다. ‘반야심경’ 한역 번역본도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해설서는 웬만한 스님들은 모두 한 권씩 쓰신 것 같이 많다. 너무 많은 해설서로 인해 진정한 백미를 찾아내 익히기가 힘들 지경이다.

도반스님 한 분이 마음에 두고 있었다며 스님 자신의 조상 천도법회를 한다고 불렀다. 중국, 특히 대만 스님들은 철저히 자신의 조상 천도를 먼저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중의 정기기도와 특별한 기도를 하면 반드시 스님들이 자신의 기도를 올리고 신도들에게 권선한다고 했다. 사실 한국 스님에 비하면 적은 보시금을 받아 생활하면서도 알뜰히 모아서 경전을 편찬하여 보시하거나 대중들에게 만발공양을 하는 일을 매우 즐거운 맘으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님들이 불사에 동참하거나 기도에 동참하는 경우는 어색할 정도로 적다.

스님의 간절한 맘을 담아 올리는 조상 천도재에 몇몇 도반스님들이 초청되어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도반들이 서로의 소식을 전하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어도 인사도 못 해 섭섭해할 정도로 각자의 삶 속에서 무심히 지내온 도반들이다. 오랜만에 모이다 보니 신도들과는 나누기 쉽지 않은 화제가 만발했다. 도반스님들이 아니면 허심탄회하게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었다. 오랜만의 법석이 잘 익은 보이차보다도 훨씬 기분 좋게 했다.

자연스럽게 요즘 강의를 시작한 ‘반야심경'에 이야기가 모아지자 순간적으로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비슷한 시기에 출가했고, 함께 강원에서 공부한 이력 때문인지 논쟁스럽지 않게 담담히 자신의 견해들이 용솟음쳐 나왔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한 스님이 “사실 예전에 멋모를 때 ‘반야심경’을 여러 번 강의했는데 차츰 알고 보니 이젠 두렵다”고 고백했다. 함께 한 도반스님은 반야의 공은 팔만사천법문을 다 알고 난 후에 아는 것 아닐까 하면서 깊이 동의했다. 스님 셋이 모이면 문수의 지혜가 나온다고 했던가? 한 스님은 ‘금강경'보다 훨씬 늦게 ‘반야심경’이 편찬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갑자기 나는 반야의 공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생각해 봤다. 불교의 가장 기본인 것 같으면서도 불교의 정수를 다 담고 있는 ‘반야심경’ 보기가 갑자기 두려워지는 밤이 되었다.

천도재를 지내면서 갑자기 법문하라고 했다. 기라성 같은 도반들 앞에서 법문이라니, 현기증 나는 법석이 되었다. 오직 부처님의 신통한 가피력에 힘입어 영가들이 모두 천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실은 나 자신이 제불보살님들의 가피를 입어 어서 법석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성원 스님

봄보다도 더 짜릿한 도반들과 짧은 만남도 이별하고 또 혼자가 되었다. 예전 스님들의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중은 모여 살아야 중이다’라고 한 것 같았다.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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