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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가톨릭의 성흔-하

기자명 이제열

신의 은총 아닌 마음이 만든 산물

예수가 못 박힌 곳은 손목
중세 예술가들 잘못 표현
자기암시에 의한 신체현상
불교에선 ‘기적’을 멀리해

“보라! 이래도 하나님을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수의 십자가 고난이 신앙심 깊은 가톨릭인들에게 재현되는 성흔(聖痕)은 분명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성흔을 신의 은총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신에 대한 믿음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기적’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과연 성흔이 신의 은총에 의해 일어나는 일인지 증명하고 싶어 한다. 캘리포니아의 존F 케네디대학의 초심리학자 스코트 로고 교수는 성 프란치스코를 비롯한 수백 명에게 나타난 성흔이 기적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스코트 로고 교수에 따르면 성흔은 신이 인간에게 보낸 은총이 아니라 신에 대한 믿음이 만들어 낸 마음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 증거로써 스코트 로고 교수는 성흔이 나타난 손바닥에 주목하였다.

성흔 발현자들의 현상이 똑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손바닥에 못 자국을 나타내는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정작 예수는 죽을 때에 손바닥에 못이 박힌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예수시대의 유골들을 살펴보면 그 당시 십자가형으로 죽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상처는 손바닥이 아닌 손목이었다. 못을 손바닥에 박아서는 십자가에 매달린 사람의 무게를 지탱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성프란치스코와 그후 나타난 성흔 발현자들에게는 못이 손바닥에 박혀 있는 모습을 띠었을까? 그것은 성흔 발현자들의 예수에 대한 관념 때문이라고 스코트 로고 교수는 말한다. 성흔 발현자들은 예수가 죽을 때에 손목이 아닌 손바닥에 못이 박혔다고 알았고 이로 인해 손목이 아닌 손바닥에서 상처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성흔 발현자들이 예수의 손바닥에 못이 박혔다는 관념이 생기게 된 이유로 성화와 조각상들을 꼽았다. 당시 모든 예수와 관련한 미술품들 가운데에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그림들과 조각상들을 보면 모두가 손바닥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흔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믿는 대표적 인물은 영국의 허버트 서스턴이라는 학자이다. 그는 가톨릭 신부였음에도 성흔 발현이 기적이 아닌 성흔 발현자들의 자기암시에 의해 나타난 신체현상라고 진단했다. 그 증거로 성흔의 크기와 모양과 위치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제시했다. 성흔을 나타내는 사람마다 똑같이 손바닥, 발등, 옆구리에 상처가 생겼지만 여러 가지로 불일치를 이루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성흔 발현자의 대다수가 히스테리 증세나 뇌간증(간질발작) 소유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서스턴의 해석에 따르면 비정상적 정신에서 형성된 신앙심과 감정이 육체에 영향을 미쳐 만들어낸 산물이 성흔이라는 것이다.

구소련의 심리학자 알렉산더 두브로프 박사도 정신물리학적 구조물이 두뇌 외부인 육체에 투사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보았다. 성흔은 분명히 기적이 아닌 정신력이 육체에 영향을 미쳐 일어나는 정신물리학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불교에서는 어떨까. ‘대념처경’에서 ‘화가가 물감으로 갖가지 그림을 그리듯이 중생도 마음으로 갖가지 경계를 만드는데 어리석은 화가가 그림을 그려놓고 그 그림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중생도 자신의 마음이 만든 경계들을 실제로 여기고 집착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불교는 기적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취하며, 세상에서 종종 일어나는 기적이나 불가사의한 일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중생의 본질이 무엇인지, 괴로움을 어떻게 소멸하여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노력을 기울인다. 모든 일이 마음의 조작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결국 천사건 은총이건 성흔이건 한낱 환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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