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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 ①

촉은 인식이나 심리현상 생겨나는 시발점

촉은 근경식 삼사화합 지칭
유부는 삼사와 촉 별개 주장
세친, 촉은 삼사화합 그 자체

촉(觸, sparśa)은  ‘아함경’이나  ‘니카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촉은 12연기 중 촉의 지분이라든가 ‘육육경’ 등에서 근·경·식의 삼사화합을 지칭하는 촉, 4식(食) 가운데의 촉 등 그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이중 근본적인 것은 근·경·식의 삼사화합을 지칭하는 촉이다. 12연기에서 촉의 지분도 삼사화합을 지칭하는 촉의 의미로 쓰인다. 한편 촉은 설일체유부의 다르마 체계에서는 심소법(心所法, 46가지) 중 하나로, 다양한 심리현상이나 심리작용에 동반되는 10대지법(大地法)에 속하는 심소이다. 이러한 촉은 인식의 생기과정이나 다양한 심리현상들이 생겨나는 시발점이나 계기가 되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잡아함경’에서 촉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눈과 색을 연하여 안식이 생긴다. 이 삼사의 화합이 촉이고 수·상·사가 함께 일어난다.” 즉 삼사화합 자체를 촉으로 설명한다. 이는 ‘촉’을 ‘삼사화합과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인데, ‘구사론’에서는 이를 삼사와 촉의 문제에 대한 경전적인 근거(經證)로 제시한다. 여기서 관건은 촉에 어떠한 작용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어떠한 작용도 없는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만약 설일체유부와 같이 촉에 작용성을 부여한다면, 촉은 별개의 심소로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경량부와 같이 촉을 작용성이 없는 다만 삼사화합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본다면, 이는 별개의 심소로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구사론’에서 유부와 세친은 촉을 삼사와 별개로 볼 것인가 삼사화합 자체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론을 벌이고 있다. “세친: 어떤 이는 경전적인 근거(經證)를 끌어들여 ‘삼사의 화합이 촉이다’고 말한다. 마치 계경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와 같이 삼법이 모여서 화합한 것이 촉이다’고 말한다. 유부: 어떤 이는 다른 법이 마음과 상응하는, 즉 삼사가 화합하여 생겨난 것이 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계경에서 근·경·식 외에 별도로 6촉을 설했기 때문에 촉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세친은 경증을 들어서 촉은 삼사화합의 자체라고 주장하고, 반면에 유부는 육육법경(六六法經)에서 6촉신 등을 따로 설한 것을 근거로 촉을 삼사화합과 다른 별체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유부와 세친의 견해를 근거로 어떤 견해가 타당한지 진위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유부와 세친의 견해 차이를 정리해 보면 유부는 경설을 그 자체로 받아들여 촉을 별체로 보는 것이고, 반면에 세친은 삼사와 별도로 경에서 촉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삼사 가운데 식이 생기지 않으면 삼사화합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촉을 따로 설하는 것에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유부는 촉을 삼사와 별개로 설명한다. 즉 삼사가 인과관계에 들어온 것을 촉이라고 한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이 세친과 다른 관점을 보인다. 즉 “유부: 모든 눈과 색이 모든 안식의 원인은 아니며, 모든 안식은 모든 눈과 색의 결과 아니다. 인과(관계)가 아닌 것을 별도로 삼사라고 설하고, (삼사가) 인과(관계)에 들어온 것을 총괄해서 촉이라 한다. 경량부: 삼사를 떠나서 별도로 촉이 있다는 것은 앞에서 인용한 이와 같은 삼법의 취집·화합을 촉이라고 한다. 경에서 말하기를, 우리 부파가 외우는 경문은 이것과 다르다. 혹은 (우리는) 원인에다 가설로서 결과라고 하는데, 예컨대 제불의 출현은 즐거움(樂) 등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유부는 인과관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삼사로 칭하고, 삼사가 인과관계에 포함되는 것을 촉이라고 설명한다. 반면에 경량부는 삼사화합 자체가 촉이라고 말한다. 결국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를 둘러싼 유부와 경량부의 견해 차이는 인식의 구조와 심과 심소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이해방식이나 그 수행론적인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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