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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방생과 식목일

기자명 법장 스님

“땅과 물은 나의 전생, 불과 바람은 나의 본체이다”

집집마다 공기청정기 필수시대
식목일 모두 나무 한그루 심길
동물만이 인연 지닌 것 아니라
모든 공간 환경이 우리 만들어

추운 동장군이 물러가고 곳곳에 꽃이 피어나며 완연한 봄 날씨가 되었다. 그 동안 추운 날씨를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 하였기에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요즘 같아서는 다른 이유로 좀처럼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따스한 봄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게 매일같이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어 파란하늘을 보기가 어렵다. 어느 때인가부터 우리는 등산을 가거나 산책을 할 때에도 미세먼지를 걱정하고 밖에서는 마스크를 쓴 상태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도심에서 맑은 공기를 가득 들이마시며 봄기운을 느끼는 것은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웃나라의 급격한 산업화의 영향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무분별한 토지개발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발을 위해서 공장을 만들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산림을 없애면서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공원과 울창한 숲이 사라지게 되었다. 4월5일은 식목일이다. 예전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산림을 살리고자 모두가 열심히 나무를 심고 가꾸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욕심으로 사라진 숲을 살리기 위해 모두가 나서서 나무를 심어야 한다. 집집마다 공기 청정기가 필수품이 된 시대이다. 그러나 정작 각자 개인의 공간만을 챙기며 그런 기계를 설치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목일만이라도 모두가 주위에 나무 한 그루라도 반드시 심어야 한다. 이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솔선수범해야 하는 일이다.

그 동안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욕심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는 주변의 타인과 환경에 의해 존재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자신만이 존재한다면 가족과 사회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불교에서는 ‘방생(放生)’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방생이란 잡혀있던 물고기나 새 등을 풀어주며 자비를 행하는 것인데 이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우리들과 과거로부터 서로 이어져 있다는 불교의 인연법과 연기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불교에서 육식을 금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가 먹는 고기였던 동물이 과거 생에는 우리와 인연 지어진 사이였었기에 엄격하게 제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식용이 될 수도 있는 물고기 등을 풀어주며 다음 생에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서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기를 발원해주며 육바라밀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생을 ‘범망경’에서는 생명 있는 동물(유정)에 그치지 않고 식물(무정)에까지 범위를 넓혀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우리와 이어진 인연으로 보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존재의 구성요소인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四大)에 대해서, ‘범망경’에서는 “땅과 물은 나의 전생이고 불과 바람은 나의 본체”라고 설명한다. 즉 동물만이 우리와의 인연을 지닌 것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공간과 환경들이 우리를 구성해주고 우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자신만의 편리를 위해 수많은 토지를 파내고, 나무를 잘라버린 결과로 다른 어떤 이가 아닌 지금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고 있다. 주위에 언제나 있고 하찮아 보였던 나무와 물, 토지들이 지금은 우리가 수많은 노력을 쏟아 다시 회복시키고 가꿔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 간절함을 철저히 느끼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소중한 것의 가치를 잊고 지내다가 그것을 놓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당연히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소홀하여 멀어지거나 잃기도 한다. 우리 주변의 작은 나무 한 그루, 돌멩이들도 그 역할이 있고 그로 인해 우리라는 개념이 완성되는 것이다. 식목일에 우리가 심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몇 년 뒤에는 우리에게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우리의 가족과 후손들에게는 우리보다 풍요로운 지구가 되어 줄 것이다. 작은 나무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과는 다른 이가 아닌 우리 자신에게 크나큰 선물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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