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 경주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눈과 코의 윤곽선·두드러진 인중 등
9세기 통일신라 후기 불상들의 특징

광배와 대좌 결실·불신만 존재
얼굴은 통일신라 전성기 모습
좌우 손 위치 바뀐 지권인으로
현존 최고 좌권인상 중요 사례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177㎝. ‘한국의 국보’ 회화/조각(문화재청, 2007)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177㎝. ‘한국의 국보’ 회화/조각(문화재청, 2007)

경주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은 원래 봉안되었던 전각이 확실하지 않지만 20세기 초부터 극락전에 금동아미타불좌상과 함께 나란히 모셔져 있었다. 그러다가 1973년 불국사가 복원되면서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은 비로전(毘盧殿)에, 금동아미타불좌상은 극락전(極樂殿)에 따로 봉안하였다. 비로전의 주존불로 봉안된 금동비로자나불상은 광배와 대좌가 모두 결실된 상태로 불신만 남아 있다. 전반적으로 얼굴이 다리에 비해 작고 상체가 긴 편으로 불신의 양감이 줄어들었으나 안정감 있는 신체비례를 보여준다. 머리 위의 높은 육계와 근엄한 얼굴, 법의의 자연스러운 옷주름 표현 등에서 통일신라 전성기의 불상양식이 엿보인다. 

그러나 얼굴에 보이는 가늘고 길게 표현된 눈과 코의 직선적인 윤곽선, 두드러진 인중 등은 시대가 내려오는 9세기의 통일신라 후기 불상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당당한 가슴과 넓은 어깨 위에는 한쪽 어깨에만 걸친 옷을 입고 있으며, 옷주름은 몸에 밀착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특히 허리가 길면서 배가 살짝 나와 있는 모습은 중국 당대 불상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통일신라 후기에 유행했던 불상형식이다. 두 손은 왼손이 오른손의 둘째손가락 끝을 잡고 있는 지권인을 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전형적인 지권인과는 달리 좌우 손의 위치가 바꿔 있다. 

이러한 좌권인의 불상은 삼존불상 중에 협시보살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불상형식을 수용할 때 흔히 있을 수 있는 지권인 좌우의 착오에 의한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좌권인 형식의 불상은 간혹 볼 수 있는데 경북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사암제 비로자나불상을 비롯하여 홍천 물걸리 석조비로자나불상,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상, 광주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상 등 통일신라 후기의 예들이다. 고려시대 불상 중에서도 당진 영탑사 금동비로자나불상과 청주 용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상 등에서 좌권인상을 볼 수 있다.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상의 조성시기에 대해서는 최치원이 쓴 ‘불국사고금역대기’의 조성찬문에 의해 ‘887년(신라 진성여왕 원년)에 헌강왕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그의 후비로 추정되는 수원(秀圓) 비구니가 발원해 9세기 후반에 조성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가장 일반적이다. 또한 조성찬문 중에는 ‘임진왜란때 전각 등 200여칸이 소실되었지만 석교(石橋), 보탑과 함께 금상(金像)이 화재를 면했다’는 내용과 ‘574년에 신라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부인이 진나라로부터 위난타(韋難陁)를 불러 비로자나불과 아미타불 2구를 주조하여 불국사에 봉안했다’고 하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 기록들이 현재의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상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히려 불상의 조성연대 추정에 혼란만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불상의 조성시기를 두고 8세기 중엽, 8세기 후반, 9세기 후반 등 여러 설이 나오게 된 것이다. 아무튼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상은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초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좌권인상으로 중요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