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반인자의 ‘운주사 와불 부처님’
54. 반인자의 ‘운주사 와불 부처님’
  • 신현득
  • 승인 2019.04.02 13:23
  • 호수 14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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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이 운주사 와불과 법담 나누며
“해달라”고 요구만 하는 세상에 일갈

불전 놓고 아들·딸 낳게 해달라
시험합격 비는 세간민심에 일침
매일 엄마 얼굴 닦는 동자승에
부처님은 ‘부처 되었구나’ 칭찬

천불 천탑으로 이름난 전남 화순의 운주사에는 누운 석불이 있는데 이를 ‘운주사 와불’이라 한다. 신라 때 도선국사가, 신통력으로 하늘의 석공을 불러서 하룻밤 사이에 1천좌의 석불과 1천기의 석탑을 만들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현재까지 남은 유물은 석탑 15기, 50좌의 석불이지만, 적은 유물이 아니다. 그 유물을 조성한 솜씨가 독특하면서 한 사람의 솜씨 같아, 전설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느 시인이 운주사에 가서 그 많은 불탑, 그 많은 불상을 참배한 다음 마지막으로 와불을 참배한 뒤 동시 한 편을 적은 것이 있다.  

운주사 와불 부처님 / 반인자

“부처님 
아침 공양 드셔야지요.”

말없이 누워계신 와불 부처님께
열한 살 동자 스님 찾아와
두 손 모우고 말해요. 

“부처님, 
요즘 부처님 찾는 사람 많지요?
저 같아도 피곤할 거여요.” 

“그게 무슨 말이냐?”
부처님이 살며시 눈 뜨고 물어보셔요.

“요즈음은
딸 낳게 해달라.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 
조르기만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동자승이 잇는 말,
“저는 매일 절마당을 쓸고, 
법당 마루도 닦고, 
보고 싶은 엄마 얼굴도 닦았어요.”

부처님이 슬쩍 돌아누우시며,
“네가 벌써 부처가 되었구나.”

반인자 동시집 ‘해님 깨우기’(2018)

운주사 와불과 열한 살 동자승이 법담을 나누었다. 와불에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불전 몇 푼을 놓고 큰 것을 요구한다. 

인연에 없는 딸을 낳게 해 달란다. 이전까지는 아들을 낳게 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인연에 없는 아들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보니 딸을 요구하면서 억지로 떼를 쓴다. 이것이 부처님을 괴롭히는 일이다. 실력이 자라지 않는 아이를 시험에 합격하게 해 달라고 조르는 것도 그렇다.  

이렇게 졸리다가 잠든 부처님이 쉽게 일어나 공양을 드실 수는 없다. 그래서 동자승이 “저 같아도 피곤할 거예요” 한다. 

동자승이 부처님께 매일 절 마당을 쓸고, 법당 청소를 한다는 이야기를 여쭈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부지런히 일하며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가 보고 싶은 걸 참고, 엄마 생각이 날 때면 사진을 들여다보며 찬찬히 엄마 얼굴을 닦는다고 했다. 

와불이 돌아누우며 “네가 벌써 부처가 되었구나” 하신다. 

부처님을 괴롭히지 말자는 주제의 시다. 우리 모두 돌이켜보자. 나는 부처님을 괴롭히지 않았는지? 사람마다 잘못이 조금씩 있어서 부처님을 괴롭힌 것 같다. 어쩌지?

시의 작자 연화심(蓮華心) 반인자(潘仁子) 시인은 경기부천 출신으로 2005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통해 문단에 나섰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해님 깨우기’ 외에, 동화집 ‘상처 입은 토끼의 꿈’ 등이 있으며 불교 청소년 도서저작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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