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춘작보희(春鵲報喜)
5. 춘작보희(春鵲報喜)
  • 손태호
  • 승인 2019.04.02 13:39
  • 호수 14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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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물어온 새봄 희망 소식에 귀 기울여 보길

매화 화사하게 피어난 봄날
생동감 넘치는 제비의 모습
불교서도 제비는 기쁜 소식
‘백유경’에선 이타심 일깨워
김홍도 作 ‘춘작보희’, 26.7×31.6cm, 종이에 채색, 리움미술관 소장.
김홍도 作 ‘춘작보희’, 26.7×31.6cm, 종이에 채색, 리움미술관 소장.

4월에 들어서니 진짜 봄이 곁에 와있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거리에도 사람들의 옷이 가벼워졌고 무엇인가 생동감이 솟아나는 듯합니다. 봄꽃도 서서히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고 여기저기서 다가오는 봄 축제를 알리고 있습니다. 사계절 중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봄이 온 것입니다. 

이맘때면 강남 갔다 돌아온다는 제비도 대부분 우리나라에 돌아왔을 겁니다. 제비는 음력 9월9일 중양절에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인 강남에 갔다가 3월3일 삼짇날 우리 곁으로 돌아와 짚과 진흙으로 집을 짓습니다. 강남에서 돌아올 때 기쁜 소식을 가지고 온다 하여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길조로 좋아했고 ‘흥부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까치 그림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구려 고분 중 안악 3호분 주방도에 나타난 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문인화가나 직업화가를 막론하고 줄기차게 그려졌습니다. 그중에서 봄 까치를 그린 단원 김홍도의 ‘춘작보희(春鵲報喜)’를 함께 감상해보려 합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꽃이 화사하게 핀 어느 봄날에 까치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아래쪽에 나무가 무성하게 있고 가지 하나를 위로 뻗어 올려 그림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나무와 꽃의 모양으로 보아 매화나무로 여겨집니다. 나뭇가지 위로 까치 세 마리가 앉아 있고 그 위로 뻗은 가지 위로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붉은색이 감도니 홍매화인 모양입니다. 

중앙에 나무둥치가 메마르나 그 낡은 둥치에서 새로운 가지들이 뻗어나니 이제 겨울을 지나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알게 됩니다. 물오른 가지에는 붉은 꽃망울이 매달려 생동감을 배가시킵니다. 생명력이 넘치는 가지는 중앙둥치에서 우측 상단과 좌측 하단에 포진시켜 사선을 이루고 좌측 상단으로 까치 한 마리가 날아오릅니다. 

우측 하단에는 밖으로 가지가 기울어지니 ‘X’자 구도로 안정감을 주면서도 공간이 밖으로 확장되는 시원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줍니다. 좌측 상단에 까치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우측 하단 가지가 밖을 향해 휘어지는 탄성은 이 그림의 생동감을 훨씬 배가시키는 표현입니다. 또한 모든 까치가 입을 벌리고 있어 그림만 보고 있어도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은 현장감을 전해줍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치밀한 구성, 가벼운 표현으로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다 보여주는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역시 못하는 그림이 없었다는 조선시대 불세출의 화가 단원 김홍도의 명성에 걸맞은 구성과 표현입니다.

동양화에서 까치 그림은 중국에서는 볼 수 있으나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중국에서도 그렸다고는 하나 시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줄기차게 그린 경우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기쁜 소식’이라는 까치의 상징성에 얼마나 주목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그림을 조선의 선비들이 사랑방에서 화첩으로 펼쳐볼 때 처마 밑 까치의 재잘거림이라도 들려온다면 정말 제목 그대로 좋은 소식이 곧 전해져올 것만 같았을 겁니다. 

까치는 불교와도 인연이 없지 않습니다. 5세기 인도의 승려 상가세나(Saṅghasena, 僧伽斯那)가 편찬한 ‘백유경(百喩經)’에 까치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금족 제비 한 마리를 얻고는 몹시 기뻐하여 그것을 품 안에 품고 갔다. 마침 강에 이르러 물을 건너려고 옷을 벗어 땅에 두었더니 제비는 독사로 변해버렸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차라리 독사에게 물려 죽더라도 꼭 품에 안고 가리라’고. 그의 지극한 마음에 감동되어 독사는 도로 금으로 변하였다. 옆에 있던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독사가 순금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항상 그런 줄 알고 자신도 독사를 잡아 품속에 품었다가 그만 독사한테 물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다. 남이 좋은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속에는 진실한 마음이 없으면서도 다만 이익을 위하여 불법에 와서 붙는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 나쁜 곳에 떨어지는 것이니 독사를 품었다가 물려 죽는 것과 같다.” ‘백유경’ 89. 금족제비와 도사

이 이야기에서 제비는 이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금으로, 욕심 많은 사람에게는 독사로 변하는 신통한 새로 표현되고 있어 마치 제비의 다리를 치료해준 인연공덕으로 그 복을 받는 ‘흥부전’의 제비와 유사합니다. 이처럼 불교에서도 제비는 행운의 소식,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 전해져 왔습니다. 

2019년 봄. 세상에는 별별 희한한 뉴스가 쏟아지고 정치판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이 들려옵니다. 소리도 공해란 말이 실감됩니다. 그러나 귀를 막고 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출근길 동네 골목 전봇대 위, 아파트 안 작은 공원의 나무 위,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뒷산에서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의 조잘거림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금족 제비를 가슴에 품은 도사처럼 지극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지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제비가 강남에서 물고 온 기쁜 소식들을 하나씩 전해줄지도 모릅니다. 이런 희망, 그래서 봄입니다.

손태호 동양미술작가, 인더스투어 대표 thson68@hanmail.net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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