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 감고 내면 살피면 저절로 맑아진다

기자명 도연 스님

내 안 보기 위해 잠시 멈추고
일단 고요히 눈감고 생각하면
본성은 깨어나고 정화 일어나

“비가 그치고 구름이 물러가고, 하늘이 다시 맑게 개었네. 그대의 마음이 청결하다면, 그대 세계의 모든 것들이 순수할지니… 그때는 달과 꽃들이 그대를 참된 길로 인도하리라.”

일본의 선승, 료칸 스님의 시입니다. 맑게 갠 하늘과 순수한 달 그리고 꽃들이 나를 반겨준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요? 자연은 늘 맑고 다정해서 우리를 순수한 의식으로 이끌고 있는데, 그걸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심연의 상태, 투명하게 맑혀진 마음에서는 보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기쁨과 감동의 향연입니다. 더 바랄 게 없어요. 어수선한 세상일지라도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고 본래 내 모습을 마주함으로써 자신의 길을 묵묵히 온전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순수 의식으로 나아가는 그 길에 명상이 있습니다. 내면의 정화는 자신을 바로 보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죠. 내 안을 보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야 하며 일단 눈을 감아야 합니다. 이 맥락이 명상(瞑想)이라는 글자의 의미에 잘 담겨있습니다. 눈 감을 명(瞑) 또는 잘 면(瞑)이라는 글자에 생각 상(想)이 합쳐졌는데요. 명(瞑)은 눈 목(目)과 어두울 명(冥)이 합하여 ‘눈을 감는다’라는 의미가 되었고, 생각 상(想)은 ‘서로 상’(相)과 ‘마음 심’(心)이 합하여 ‘상대를 그리워하며 생각한다’라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요히 눈을 감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명상입니다. 여기에서 정화가 일어납니다. 지그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본성은 깨어나고 회복됩니다. 

또한, 명상은 눈을 감고 쉬면서 치유하고 정화한다는 의미이며 그러한 효과가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시각 정보가 차단되고 뇌의 인지 작용이 줄어드는데요, 평상시 자주 쓰던 눈을 감는 것은 생활에 큰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과부하 걸린 뇌가 충분히 휴식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생각의 양이 줄어들고 정신집중이 용이해집니다. 평소 자주 쓰는 기능을 끔으로써 새로운 기능이 열리는 것이죠.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을 때에는 모든 것이 귀찮고 산만하지만 휴식으로 회복된 상태에서는 보는 힘이 좋아지는 이치입니다.

명상은 평소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과 조금 다른 흐름을 따르는 것입니다. 명(瞑)에 담겨 있는 어둡다는 의미는 평소의 밝게 확장하고 확산하는 에너지의 흐름이 안으로 돌려서 깊어지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밖으로 발산하는 온갖 생각과 활동들은 억제하고 거두어서 안으로 축적하여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예요. 그러므로 눈을 감는 데서 시작해서 삶 전반의 활동을 축소하고 점검하며 휴식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는 일체의 생활양식으로 그 의미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도연 스님

이렇게 마음이 쉬고 있는 상태에서 생각을 해야 진정한 사유가 됩니다. 명상을 통해 맑은 정신에서 어떤 주제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궁리하면서 사고(思考)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따라서 명상을 통해 하는 생각은 사유수(思惟修)가 됩니다. 단지 바른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닦는다’는 의미의 수(修)가 있기 때문에 실천이 동반되는 것이죠. 비로소 불교의 수행체계인 8정도(八正道)의 하나로서 정사유(正思惟)가 이루어집니다.


도연 스님 봉은사 대학생 지도법사 seokha36@gmail.com

 

[1484 / 2019년 4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