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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손주 만날 날 오겠죠”

  • 상생
  • 입력 2019.04.11 15:06
  • 수정 2019.04.15 17:12
  • 호수 1485
  • 댓글 0

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몽골 출신 이주민 서르제씨
위암 3기로 절제 수술 앞둬
한 달간 검사비만 400여만원
수술·방사선 치료비 등 막막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몽골 출신 이주민 서르제씨가 대구 보리사를 찾아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발원하며 부처님께 기도 올리고 있다.

몽골 출신 이주민 서르제(52)씨가 휴대전화 속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올망졸망 귀여운 아기들 사진이다. 서르제씨는 얼굴 한 번 못 본 손주들이라고 했다.

“이렇게 예쁜 손주들을 꼭 안아보기 위해서라도 병을 견뎌내야지요.”

글썽이던 눈물을 손등으로 걷어내며 웃어 보이지만 어두운 얼굴은 감출 수가 없다.

서르제씨는 올해 초부터 속 쓰림을 자주 느끼곤 했다. 일하느라 불규칙한 생활을 수년째 하고 있었고 오랜 기간 혼자 살면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일감이 많이 없는 겨울에는 하루에 한 끼 먹는 게 다였기 때문이다.

몇 주 째 소화가 잘 안 되고 몸무게가 부쩍 빠지는 현상이 지속되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인근 병원에서 위내시경 등 검진을 받았고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TV에서나 봤던 암에 걸리다니, 내가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병이었다.

대학병원에 검진 예약을 하고 정밀 검사를 기다리는 한 달 동안 불안과 희망을 오가는 시간을 보냈다. ‘요즘 위암은 흔한 병이라니까…’ 싶다가도 ‘그래도 암인데…’하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들썩였다. 한 달 동안 몸무게 7kg이 빠졌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매우 컸다. 죽을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16년 전 몽골에 두고 온 딸과 아들이 생각났다. 사춘기 시절에도 ‘가난한 아빠’를 원망하지 않았던 착한 아이들이었다. 한국에서의 삶의 여유롭지 않아 용돈을 넉넉히 보내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바르게 자랐다. 초등학생이었던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을 이뤄 어느덧 자식을 3명을 둔 엄마가 됐다. 비자와 금전적 문제로 아이들 졸업식은 물론 딸아이의 결혼식도 가보지 못했다. 사위는 물론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은 사진으로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울감과 무기력함으로 밤을 새웠다.

정밀검사 결과 위암 3기였다. 위를 상당 부분 절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술 후 방사선 치료와 식이요법을 적절히 하면 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얻었다.

지난 16년간 한국에서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2003년, 서르제씨는 자식만큼은 자신처럼 가난으로 힘들게 살게 하기 싫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고등학교 졸업 후 3년간 기술학원에서 자동차 정비를 배워 나름 기술자로 살았지만 돈벌이가 변변치 못했기 때문이다. 몽골의 경제 사정이 오랜 기간 좋지 않자 젊은 친구들은 하나둘씩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할 때였다. 여러 나라가 있었지만 한국을 다녀왔던 친구들의 적극 추천으로 주저 없이 한국을 택했다. 생김새가 비슷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다는 게 친구들의 하나같은 설명이었다.

김포의 아크릴공장에서 2년간 근무 후 대구로 내려왔다. 이후 프레스 공장, 가구 공장 등 여러 공장을 전전했다. 농사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상처가 나 버려지는 과일과 야채로 배를 채우는 날도 많았다. 일당 5만원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여름 장마철이나 한겨울에는 일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날에는 무조건 일해야 했다. 쉬지 않고 일해야 몽골에 있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덧 한국 생활 16년.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서르제씨에게 지금 남은 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8만원짜리 단칸방뿐이다. 지난 한 달간 검사비만 400여만원. 앞으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위해 얼마만큼의 돈이 더 필요할지 예측할 수가 없어 막막할 따름이다.

서르제씨는 일이 없는 날에는 늘 사찰에 들러 부처님께 기도한다. 건강한 모습으로 아이들과 손주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사르제씨가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 725-7010

대구=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대구 광림선원 숭인 스님이 서르제씨의 완쾌를 기원하며 격려하고 있다.

[1485호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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