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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장 근거한 ‘낙태 입장’도 못 내놓는가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04.16 10:21
  • 호수 1485
  • 댓글 0

헌법재판소가 낙태에 대한 포괄적 금지 및 처벌을 명시한 현행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태아의 생명권보다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무게를 둔 판결이라 볼 수 있다. 

낙태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건 1961년 시행된 가족계획 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가톨릭은 1973년 ‘모자보건법’에 의한 낙태금지 완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시작했고, 45년이 지난 현재도 가톨릭은 낙태 금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불교계는 헌법판결이 난 지금까지도 조용하다. 

상좌부 율장에 낙태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다. ‘낙태를 야기하는 정도일지라도 인간의 생명을 고의로 빼앗는 승려는 더 이상 불제가가 아니다.’ 바라이죄를 묻는다는 뜻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친분이 두터운 재가자의 청을 못 이겨 낙태하려는 사람에게 약을 주어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재가자의 부탁으로 임신한 사람에게 약을 먹여 태아가 죽은 경우, 모두 바라이죄에 해당된다. 승려가 낙태를 목적으로 산모의 배를 눌러 태아의 생명을 직접 빼앗은 경우는 물론 간접적인 낙태 상담이었을 뿐이라 해도 그 조언으로 결국 태아가 생명을 잃었다면 바라이죄에 해당되는 것이다. 낙태는 인간생명을 빼앗는 것임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낙태죄 여부에 대한 논란에서 불교계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우물쭈물 했던 건 사회적 여론을 의식한, 즉 여성을 중심으로 한 낙태죄 반대 대중들로부터 날아올 비난의 화살을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불교계가 대중의 여론에 휘둘려 경전에 입각한 메시지를 전하지 못한다면 불교사상의 대중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면 사형제 폐지에 대한 입장에도 불교계는 침묵만 지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경전·사상에 입각해 깊은 성찰을 통해 낙태에 따른 불교적 관점을 명징하게 내놓아야 한다. 형사법상의 죄의 유무보다 불자로서 살아가야 할 지침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1485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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