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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일제강점기 불교의 부끄러운 얼굴

기자명 이병두

징병 환영담화 등 태평양전쟁 옹호 

불교계 3‧1만세 운동에 큰 기여
많은 사찰이 적극적으로 부일
불교계 추악한 친일행위 참회도
미래 불교인들에게 교훈 주어야

1940년대 초 31본산 중 하나였던 패엽사 한산보전 어간 좌우에 친일을 맹세하는 ‘신앙보국(信仰報國)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주련이 선명하다.
1940년대 초 31본산 중 하나였던 패엽사 한산보전 어간 좌우에 친일을 맹세하는 ‘신앙보국(信仰報國)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주련이 선명하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올해 정부와 민간 각 분야에서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100년 전 이 운동을 계획하고 전국에서 큰 울림을 이끌어낸 불교와 천도교 등 종교계에서는 3‧1운동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앞으로 3‧1운동의 정신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평화와 인류화합에 기여하는 등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내놓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불교계는 3‧1운동 과정에서뿐 아니라 그 뒤 수십년의 일제강점기 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일제 강압 통치에 저항하다가 곤혹을 치르는 분들도 많았고, 적절히 순응하며 사찰을 유지한 이들도 있었으며, 적극적 친일‧부일(附日)의 길을 걸으며 자신과 가족의 안일을 누린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거의 모든 교도가 적극 친일로 나아갔던 특정 종교와 비교하면 불교계의 부일과 친일은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굳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이라면 이런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중생을 안락하게 해주어야 할 불교가 앞장서서 일제가 아시아 각국에서 벌이는 전쟁을 옹호한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용성‧만해‧초월‧효당‧운허 스님과 김법린‧김상호 등 항일 전선에 나섰던 불교계 선배들의 행적을 조명하고 기리는 일을 하는 동시에 불교계가 저지른 추악한 친일과 부일의 모습을 밝혀내 그것을 참회하고 미래 불교인들에게 교훈을 주어야 할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불자의 자세일 것이다.

불교 근대사를 살펴보면 만주사변‧중일전쟁을 거쳐 태평양전쟁(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동안 불교계는 이제 와서 차마 거론하기 부끄러운 행적을 보였다. 1935년 7월 ‘조선불교 심전개발사업 촉진발기회’ 개최부터 시작해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북지(北支=북 중국) 황군위문단 파견’ ‘국위선양 무운장구 기원제’ ‘애국기(愛國機) 헌납’ ‘시국강연회’ ‘조선불교호국단 조직’ ‘전사 황군 위령대법회’ ‘본사주지 창씨개명’ ‘전몰장병 위령법요’ ‘대동아 필승기원제’ ‘전국 사찰 동철(銅鐵) 헌납운동’ 등을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사찰에서 “대동아전쟁이 끝날 때까지 매월 8일 필승기원법요를 집행하라”고 명하고 일제의 징병제 실시 환영 및 격려 담화 발표, 일제의 요구로 사명대사비 파괴, 적국(제2차 대전 연합국) 항복 기도법회를 개최하는 등 낯 뜨거운 일을 벌였다. 

사진에 보이듯, 1940년대 초반 당시 31본산 중 하나였던 황해도 패엽사의 한산보전(寒山寶殿) 어간 좌우에 ‘신앙보국(信仰報國) 내선일체(內鮮一體)’라고 새겨진 주련이 달려 있는 것은 위에서 거론한 모든 행위들을 증명해주는 자료인데 이런 장면은 패엽사 한 곳에서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85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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