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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광주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고려시대 창건 대황사가 원 소재지
광배·대좌 없이 불신 보존상태 양호

머리 작고 다리 폭 넓어 안정감
둥근 얼굴 세속적 인간미 가미
국박 소장 철조비로자나불상도
자비로운 표정 증심사 불상 닮아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말∼고려초, 높이 90㎝.

광주시 동구 증심사(證心寺) 비로전에 안치된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원래 광주 동구 광산동 전남도청 뒤편에 위치한 대황사(大皇寺) 절터에 있었던 것이다. 대황사에 대해서는 자세한 연혁을 알 수 없으나 ‘광주시사(光州市史)’(1966년)에 의하면, 11세기경 고려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19세기경에 폐사되었다고 한다. 비로자나불상과 석조보살입상, 7층 석탑은 1934년에 증심사로 옮겨왔고 현재 도청 안에는 석탑 부재와 석등만 남아 있다.

증심사는 860년경 통일신라 때 철감국사 도윤(798∼868)이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혜조국사 담진이 중창하여 사찰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으나 6·25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되었다. 원래의 모습으로 완전 복원되지는 않았지만 전각들은 대부분 1970∼80년대 건립된 것이며 선종 중심의 사찰로서 무등산에서 그 법맥을 이어가고 있다. 

철조비로자나불상은 현재 광배와 대좌가 없어진 상태로 불신은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불신이 늘씬하며, 머리가 작고 두 다리의 폭이 넓어 안정감 있는 모습이다. 머리 위에는 나발이 표현되었고 그 위에 큼직한 육계가 놓여 있다. 둥근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작게 표현되어 세속적인 인간미가 엿보인다.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입고 있는데 가슴이 많이 드러나 있고 양 팔에 걸친 옷자락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어진 옷주름이 표현되었다. 두 다리의 중앙에도 사선 형태의 형식적인 옷주름이 새겨져 있다. 왼손이 오른손의 둘째손가락을 비스듬히 감싸고 있는 좌우가 바뀐 지권인 형태이다. 결가부좌한 다리도 왼발이 오른발 위에 놓여 있는 항마좌(降魔坐)를 하고 있다. 이렇게 손과 다리의 좌우가 전형적인 비로자나불상과 다른 예들은 통일신라 후기의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상을 비롯하여 몇몇 불상에서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조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말∼고려초, 높이 112㎝.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과 같은 인간적인 모습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철조비로자나불상에서도 보인다. 이 불상은 원 봉안처나 유래과정에 대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 유명한 불상은 아니지만 균형감 있는 신체비례와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비로운 얼굴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다. 증심사 비로자나불상과는 달리 한쪽 어깨를 드러낸 옷을 입고 있으며 오른발을 왼쪽 다리 위에 얹어 놓은 길상좌(吉祥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비로자나불상은 대부분 길상좌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비로자나불상 2구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조성된 숱한 철불상 중에서 그리 크지도 않고 조형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은근히 풍긴다. 그래서 거칠고 투박한 조각기법과는 달리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조형감을 주는 철불이라 눈여겨 볼만하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85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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