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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강지인의 ‘다행이다’

기자명 신현득

비둘기에 빵 나눠준 장애우 아저씬
자비심 나누기를 가르친 관음 화신

남 염려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
부처님 마음이고 보살의 마음
장애 아저씨가 다친 비둘기에
빵을 나누는 마음이 곧 자비심

남을 염려하는 마음, 남을 기쁘게 하는 마음이 모두 부처님 마음, 보살의 마음이다. 남의 고통을 염려하는 마음, 남의 고통을 대신하는 마음, 남의 고통 대신하기를 기쁨으로 여기는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요, 보살의 마음이다. 이를 보살심, 자비심이라 한다. 자비는 차원이 높은 사랑이다. 부처님이 중생에게 기쁨을 주고 일체의 고통을 여의게 하려는 마음이다.

큰 자비를 ‘대자대비’라 한다. 관세음보살이 베푸는 자비가 바로 그것이다. 대자대비의 보살 관음은 천수천안이다. 손이 천, 눈이 천이다. 억조창생을 보살피자면 두 눈으로는 어림없다. 적어도 천 개 눈은 지녀야 한다. 지구촌 사람을 모두 어루만지려면 두 손으로는 어림없다. 천 개 손은 지녀야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관세음보살에 대해 말씀하셨다. “중생이 고뇌를 당할 때에 관음의 이름을 한마음으로 염하면 관음이 그 음성을 모두 듣고 소원을 들어준다. 힘써 관음을 염하고, 관음의 손길을 기다려라.” 

관음을 염하는 자는 큰 불 속에서도 구원을 받고, 물에 떠내려가던 자도 구원을 얻는다 하셨다. 식인귀, 나찰에게 잡혀 있어도 구원을 받는다 하셨다. 그러한 관음은 관음의 영지 보타락가산에만 있지 않고, 우리 중생 곁에 상주하신다. 작은 모습으로 우리들 마음속에도 상주하신다. 몸을 바꾼 화신으로 우리 곁에 있으면서 자비를 가르쳐주기도 하신다. 

한 편의 동시를 감상하면서 생각해볼까?

다행이다 / 강지인
  
절룩이며 걷던 아저씨가
절룩이며 먹이 찾는 비둘기에게
먹던 빵 한 조각 떼어 준다. 

다행이다. 

절룩절룩 다가와 
입에 덥석 물고는 
파드닥 날아오르는 비둘기.

참, 다행이다. 

기특한 날갯짓에
절룩이며 허공을 좇던 아저씨 
그제야 남은 빵 입에 덥석 베어 문다. 

강지인 동시집 ‘수상한 북어’

다리가 성치 않은 아저씨다. 그러한 아저씨가 다리가 성치 않은 비둘기를 만났다. 절룩거리며 먹이를 찾는 비둘기다. 같은 장애우이다 보니 동정이 더했을 것 같다. “너도 나처럼 고생이구나”하고 아저씨가 먹던 빵 한 조각을 던져준다. 배고픈 장애우 아저씨다. 점심을 때울 생각으로 구한 대용음식을 떼어서 배고픈 비둘기에게 준 것이다. 자비의 손이다.

이를 본 시의 화자는 ‘다행이다’ 하고 마음을 놓는다. 화자의 마음에도 자비심이 있다. 비둘기는 절룩절룩 다가와서 빵 한 조각을 덥석 물고 허공을 날아오른다. ‘참, 다행이다’ 하고 화자는 생각을 되풀이한다. 비둘기가 빵 조각을 물고 간 다음 장애우 아저씨는 남은 빵을 덥석 베어 문다.   

한 편의 법문 같은 이 시의 장면에서, 다리를 저는 장애우 아저씨는 자비심 나누기를 가르치기 위해 나타난 관세음보살의 화신이 아니실까?  

시의 작자 강지인(姜智仁) 시인은 부산 출신(1968)이며 아동문예 신인상으로 등단(2004), 황금펜아동문학상(2007) 등을 수상했다. 동시집 ‘할머니 무릎 펴지는 날’(2010), ‘잠꼬대하는 축구장’ 등이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85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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