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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수호의 공덕 

최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였다. 세계유산이자 가톨릭문명을 상징하는 곳으로 너무도 유명했기에 세계인들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성당이 타들어가는 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갑작스러운 화재 속에서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던 성당 및 소방관계자들의 미담이 전해지면서 어느 정도 위안을 주고 있다. 실의에 빠져있을 프랑스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 역시 수많은 문화유산을 상실한 아픈 기억이 있다. 가깝게는 숭례문과 낙산사에서 발생했던 화재사건에서부터 조금 더 멀리는 13세기 몽고군의 침입으로 불타버렸던 황룡사 구층탑과 초조대장경 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떠오른다. 이처럼 때로는 전란을 겪으면서 또 때로는 자연재해나 화마로 인해 사라진 우리의 문화유산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우리의 눈앞에는 아직도 잘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문화유산이 상당수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노트르담 성당 화재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문화유산 보존 대책이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수립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가람수호’는 사중에 주석하는 스님들이 오랫동안 지녀왔던 미덕이자 의무였다. 물론 가람수호의 첫 번째 덕목은 사중에 머무는 수행대중을 외호하는 일이었지만, 사찰에 전하는 각종 문화유산을 잘 보호하고 전승하는 일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었다. 여기에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 주변 자연환경을 잘 지켜내는 일 역시 가람수호의 덕목에 포함되었다. 우리 국토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훌륭한 자연경관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러한 승려대중의 가람수호 노력에 힘입어 오늘의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님들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사찰이 자리한 ‘산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지금도 그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오고 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었다. 특별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스님들은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상의 덕목이자 수행의 덕목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스님들은 혹여 산불이라도 발생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이를 진화하였으며, 화재로 인한 참화를 부덕의 소치로 여기면서 스님 자신을 죄인처럼 책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스님들은 ‘산인(山人)’이라는 별호를 즐겨 사용하기도 하였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문화재관람료와 관련한 시비 기사를 접할 때마다 그들에게 가람수호의 역사적 의미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당신들이 찾아온 이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숱한 세월을 산과 함께 살아온 승가 구성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지니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당위적 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오대산 고승 한암(漢巖) 스님이 남기신 ‘승가오칙(僧家五則)’은 너무도 유명하다. 이 다섯 가지 수행의 덕목 가운데 ‘수호가람’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한암 스님은 “수행자는 오로지 참선, 염불, 간경, 의식을 수행할 수 있는 선근이 없거나, 부득이 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모름지기 수호가람의 원(願)을 세워 가람을 수호 보전하고 수행자를 존중하여 외호한다면 선근이 익어 필경 발심하게 되리라”고 하였다. 이처럼 가람을 온전하게 수호하는 일은 승려 대중에게 오랜 세월에 걸쳐 중시되던 덕목이었다.   

문화재는 한번 불에 타버리면 그만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문화재의 고유한 가치는 결코 되살려낼 수 없는 것이다. 타산지석이라 하였다. 이번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사건을 교훈삼아 우리 불교문화유산의 보존에 더욱 많은 노력이 이어질 수 있기를, 아울러 이 시대 승가 역시 과거 승단의 가람수호 미덕과 공덕을 잘 계승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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