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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규굴(抱贓叫屈)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 화재가 발생했다. 첨탑과 지붕이 전소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노트르담 성당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매년 1400만의 관람객이 찾는 프랑스의 대표명소다. 각국의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애석함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이후 발표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이 의외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국제적 모금을 통해 성당복구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문화재 약탈국이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비롯해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루브르 박물관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수많은 나라에서 약탈한 문화재로 가득 차 있다. 프랑스의 야만적인 약탈에서 우리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조선을 침략해 강화도를 초토화시키더니, 퇴각할 때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을 비롯해 3000여점의 우리문화재를 가져갔다. 우리정부는 프랑스가 약탈해간 문화재가 확인된 후 끊임없이 반환요구를 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국내에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 또한 ‘대여’ 형식으로 빌려줬을 뿐이다. 1970년 유네스코 총회는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는 본국으로 환수돼야 한다는 협약을 채택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노트르담 성당의 일부가 소실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남의 문화재를 약탈하고 부수고 불태워버린 야만적인 행위에 대한 반성 없이 자신들의 성당 재건을 위해 국제모금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선가에 포장규굴(抱贓叫屈)이라는 말이 있다. “훔친 물건을 감추고 도리어 억울하다고 소리친다”는 뜻이다. 성당의 일부 화재에도 프랑스 국민들이 그토록 큰 슬픔을 느꼈다면 조상의 혼이 담긴 피 같은 문화재를 약탈당한 수많은 나라 국민들의 아픔은 어떠했을 것인가.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가 이를 일깨우기 위한 ‘하느님의 고육지책’은 아니었는지 곱씹어 보기 바란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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