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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대승불교 비판자의 무지

기자명 이제열

“본래성불론은 힌두교 영향 아닌가요”

초기불교 심취하면 대승 공격
제법본래성불론도 그중 하나
대승 부처는 신이 아닌 ‘법성’
힌두교 동일시는 무지에 불과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얀마, 스리랑카, 태국 등 동남아불교에서 수행하고 돌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불교에 식상한 불교인들이나 대승불교에서 길을 찾지 못한 이들이 그곳에서 갈증을 충족시키고 돌아온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일은 상좌부 계통의 불교를 수행한 사람들이 한국에 돌아오면 대부분 대승의 가르침을 모질게 공격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승불교의 전반적인 사상에 대해 마치 융단폭격 하듯 온갖 비판을 쏟아낸다.

얼마 전 만난 불자도 그런 이들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불교에 익숙히 신행생활을 해왔으며, 내게서 잠깐 대승경전들도 공부했다. 이런 사람이 초기불교에 심취하고부터는 대승의 가르침이 마치 자신을 속이기라도 한 것처럼 불만을 토로했다. 그날도 그랬다. 그가 내게 따지듯 물은 것이 ‘제법본래성불론(諸法本來成佛論)’으로 세상의 모든 존재가 본래부터 부처라고 하는 대승의 교리였다.

대승불교에 의하면 부처님은 꼭 석가모니처럼 도를 깨달은 분만이 아니다. 모든 생명, 더 나아가 세상 만물 그대로가 부처님 아님이 없다. 심지어 ‘화엄경’에서는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조차 부처님이라고 쓰여있다. 내가 만난 불자는 이 같은 대승의 제법본래성불론에 대해 “어떻게 중생이 본래 부처이며 의식도 없는 물질들이 어찌 부처가 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제법본래성불론은 다분히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기형적 교리로 절대 불교에서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제법본래성불론에 대한 비판은 무지와 편견에 불과하다. 초기불교만이 부처님 말씀이라는 상좌부불교 입장에 과도하게 집착해 대승불교 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무조건 배척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법본래성불론과 힌두교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힌두교의 “만물이 본래 브라만이다”라는 교리와 제법본래성불설이 비슷하게 보이니까 힌두교 변형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힌두교의 브라만이라는 신은 우주의 궁극적 실재이며 창조자며 근원이다. 그러나 대승불교의 부처는 궁극적 실재도 아니고, 창조자도 아니며, 근원도 아니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는 신성(神聖)이 아닌 법성(法性)이다. 여기서 법성이란 일체 모든 법이 지닌 본래의 성질을 의미한다. 대승불교에서는 부처님을 세 종류로 나눈다. 첫째는 석가모니와 같은 인격적 존재를 부처님이라 하고, 둘째는 모든 존재가 지닌 성품으로서의 법성을 부처님이라 하며, 셋째는 마음의 불성을 부처님이라 한다. 제법본래성불론에서의 부처는 이 가운데 두 번째와 세 번째에 해당하는 부처님이다. 초기불교에서 인격화 된 존재만을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이들 법성과 불성은 고정된 실체나 실유(實有)로서의 성질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일체법의 법성과 마음의 불성은 어디까지나 모두 연기된 공성이다. 대승에서의 제법본래성불론은 모든 존재의 연기와 공성을 부처라는 이름으로 달리해서 부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법성은 연기 된 공성이며 공성은 곧 부처님’이라는 것이 제법본래성불론의 본래적인 의미라 할 수 있다.

연기의 관점에서 보면 일체는 유와 무, 생과 멸, 단멸과 상주, 오고 감을 떠난 중도적 존재들이다. 중도는 이미 중생들의 분별과 언어를 떠난 적멸이다. 그렇기에 적멸이 곧 열반이다. 중생들이 삼업을 닦아 성불하기 이전에 이미 모든 법은 연기와 공과 중도의 실상이라는 열반의 성불 자리에 머문다. 모든 부처님이 법계에 상주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함부로 대승불교의 교설을 업신여기고 힌두교와 동일시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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