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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소확행 그리고 만족

기자명 법장 스님

만족 추구하면 행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 공감
여유·만족은 풍요와 달라
작은 것에 만족하면 그만

요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인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표현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요새같이 모든 것이 풍요롭고 무엇이든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표현인 듯하지만, 이 소확행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화두가 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는 성장과 안정을 위해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며, 무엇 하나라도 불편한 것 없도록 새롭게 만들고 그것을 손에 쥐며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그것들이 풍요로움을 넘어선 지나침이 되어 다시금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결코 지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즘’이 유행하여 그 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것들 중에 불필요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살림살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 것을 사는 대신 기존의 것을 고치거나 만들어 쓰는 문화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전에는 법정 스님의 수필집인 ‘무소유’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통한 최대한의 만족을 느끼는 가르침을 전해 듣고 실천해왔다. 이처럼 우리는 삶의 만족을 느끼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채워왔고 다시금 그것에 의해 불편을 느끼며 비워가는 만족을 추구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여유와 만족이라는 것은 풍요로운 것과는 다른 것이다. 조금의 불편함도 없도록 모든 것을 갖추게 되면 오히려 그것이 포화상태가 되어 또 다른 불편이 된다. 이것은 단지 물건뿐만이 아닌 우리의 의식주 모든 것에 해당되는 것이다.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기 위해 여러 음식을 먹다보면 현대인의 영원한 적인 비만이 되고, 매년 유행하는 옷을 사다보면 그 다음 해에는 옷장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짐이 되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통해 불교적인 삶의 방식을 배웠다. ‘무소유’는 무엇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의식주를 갖추고 그 안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의식주라는 것은 우리들 각자가 판단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에 불편함이 없는 선에서 소유하고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소유’는 모든 계율에서 말하는 불교적인 삶의 방식이다. 율장과 범망경에서는 비구의 경우 출가 승려의 최소한의 소유물을 ‘삼의일발(三衣一鉢)’로 정하고 있다. ‘삼의일발’이란 속옷, 상의(겉옷), 외투의 세 종류의 옷과 식사를 하는 그릇인 발우를 가리킨다. 이는 출가인으로서의 생활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을 말하는 것이지 이것만을 갖고 살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율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비구의 개인 소유물 중에는 방석, 바늘통, 허리띠, 목욕옷, 침구류, 수건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여러 일용품들이 갖춰져 있다. 물품 소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은 없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물건을 과하게 소유하거나, 사회로부터 비난받을 만한 사치품을 갖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즉 수행과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하고, 필요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으로 허용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방식에 맞게 선택하여 최소한으로 소유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소확행, 무소유, 미니멀리즘처럼 각자의 삶에 맞는 것을 찾아 그 안에서 만족을 갖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보다 많고 보다 새로운 것들로 자신을 채우면, 보다 편리하고 만족감이 커져서 행복이 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오히려 더 많고 더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이 되어, 오히려 자신을 더 불편하고 불만족스럽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남의 시선에 대한 의식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삶의 주체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다. 무리해서 자신을 채우는 것은 오히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무소유의 삶을 통해 소확행을 느낄 수 있는 삶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확고한 방향을 정하여 자신의 만족을 추구한다면 행복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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