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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합천 해인사 목조비로자나불상

기자명 이숙희

대비로전에 똑같은 형식 불상 2기
묵서명으로 통일신라 조성 밝혀져

세부 표현에 약간 차이 있을 뿐
크기·형태·착의법 등 거의 유사
두 불상 시대차이 발견 어려워
현존 목조불상 중 가장 오랜 예

해인사 대비로전 목조비로자나불상 2구.

경상남도 합천 해인사 경내에는 2007년 11월24일에 새로 건립된 대비로전(大毘盧殿)에 똑같은 여래 형식의 목조비로자나불상 2구가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사진 1, 2) 이런 쌍둥이 불상 형식은 상당히 이례적인 예로 원래 법보전과 대적광전에 봉안되었던 것이다. 

이 목조비로자나불상 2구는 그동안 막연하게 조선 초기의 불상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런데 2005년 6월 법보전 비로자나불상을 개금하던 중에 내부의 등 쪽에서 묵서명과 함께 다량의 복장유물이 발견되었다. 이 묵서명에 의해 883년(중화3년) 여름에 대각간(大角干) 부부가 발원하여 조성한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각간 부부는 정치적 위상이 높았던 신라 경문왕의 친동생인 위홍(魏弘)과 그의 비 강화부인(康和夫人)으로 보고 있다. 위홍은 당시 권력가로서 조카인 신라 진성여왕을 사랑했던 자이며 사후에 진성여왕의 남편으로 혜성대왕(惠成大王)에 추존되었다고 전하나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해인사 목조비로자나불상 2구는 세부 표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크기나 형태, 착의법, 손모양 등에서 거의 유사하다. 크기가 아담하고, 얼굴과 신체가 둥글고 풍만한 편이다. 머리 위에는 큰 육계가 있고, 정상과 중간에 계주가 장식되었는데 이중 계주는 조선시대 불상의 특징이라 나중에 첨가된 것이다. 이목구비는 적당한 크기로 명확하게 표현되어 종교적인 엄숙함이 엿보인다. 옷은 한쪽 어깨 위에만 걸친 우견편단으로 입었는데 옷주름이 유려하면서도 도드라지게 표현되어 9세기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상, 883년, 높이 126㎝.

이 두 비로자나불상은 같은 시기에 조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설이 있다. 법보전 비로자나불상이 883년 이전에 조성되었고 대적광전 불상은 이보다 조금 늦은 고려 초기의 해인사 중창 때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쌍둥이 불상이 지금까지 거의 본 적이 없는 특이한 형식이며 낯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불상은 같은 장인의 솜씨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불상의 형식이나 특징에서 시대적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해인사 목조비로자나불상 2구는 쌍둥이 형식으로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특이할 뿐 아니라, 묵서명에 의해 883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현존하는 목조불상 중에서 가장 오래된 예로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쌍둥이 불상은 언제 성립되었으며 불교적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또 인도나 중국에도 이러한 예들이 있었을까? 인도와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석가불과 다보불을 나란히 배치한 이불병좌상(二佛竝坐像)과 두 보살 형식의 쌍보살상(雙菩薩像) 등이 조성되었으며 우리나라 통일신라시대에도 경주 고선사와 경상북도 영덕에서 발견된 금동쌍신여래입상과 석조쌍신보살입상의 예들이 있다. 그러나 이 불상들은 쌍둥이 불상의 형식과 상징성과는 분명 다르게 보인다. 현재로서는 쌍둥이 불상의 연원이나 의미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인도나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로 그 맥락이 이어지면서 나타나고 있어 흥미롭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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